요즘 학교에서 매일 만나는 신부님 중에 벨기에 출신인 요셉 신부님이란 분이 계신다.
68세의 나이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다며 4층까지 걸어올라오신 다음에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할아버지 신부님.
대부분 유럽 출신의 신부님들과는 달리 영어를 잔혀 못하시는게 이상하다 싶어 여쭈어보았더니,
"영어는 쓸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배울 필요가 없었지.콩고는 프랑스말하고 원주민 말만 쓰거든......"
신부님은 서품을 받자마자 콩고로 선교사로 파견되어 38년간을 보내시고, 작년에 은퇴하셔서 다시 유럽으로 오셨다고 한다.
"와... 38년! 제가 살아온 만큼 신부님이 콩고에서 사셨군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금방이었어. 3년 8개월 정도 살았던 것 같아."
"콩고 말로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어떻게 해요?"
이건 할아버지 선교사께는 피해야 하는 질문이었는데 깜빡하고 그만 그렇게 하고 말았다.
나는 신부님으로부터 한참 동안을 콩고말로 미사하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콩고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미사 한대를 다 드리시고는 "나는 콩고말 잘 못해. 그리고 벌써 얼마 안됐는데 많이 생각이 않나."하고 말씀하신다.
"이탈리아 말을 새로 배우시기 힘들지 않으세요? 하긴 같은 언어권이니까 저보다는 쉬우시겠지만요."
"그런 소리마. 난 하루 공부하고 나서 그 다음날 되면 머릿 속이 깨끗해져 있어. 항상......"
"그런데 왜 이탈리아 말은 새로 시작하셨어요? 그렇게 힘드신데....."
"내가 어렸을 때부터 이탈리아 말을 꼭 배우고 싶었어. 하하하."
"그런데 그 기회가 너무 늦게 찾아왔군요."
"최신부, 나는 너무 늦게 찾아온 기회란 없다고 믿어. 항상 '지금'이 최고의 때라고 믿기 때문이야......"
어렸을때 가졌던 작은 소망을 하나를 할아버지가 다 되어 이제서야 이루려고 정열적으로 이탈리아 말을 공부하시는 요셉신부님.
당신이 살아 온 지난 삶에 대한 강한 자신감처럼 들리는 이 말을 내가 그 분의 나이가 되어서 나의 언어로 말할 수 있을까?
아무리 작고 하찮은 것이라도 내가 지금 해야 하고, 또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느님께서 주시는 최고의 순간이고 기회이자 일이 될거라는 믿음 없이 한 생을 저기 땅 끝에 가서 보낼 수 있을까?
"최신부, 그건 그렇고 한국외방선교회는 아프리카에 선교사 파견 안하나?"
"예, 차드에 파견할려고 답사까지 했었는데요 내전때문에 이래 저래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라서 아직 분명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내전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라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가도 당연히 가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떠나는게 선교사 아닌가? 그게 선교사 영성이 아니었던가?"
다음 시간이 시작되어 이 말씀을 끝으로 요셉 신부님과의 대화는 끝났다.
지금까지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한 아까 그 요셉 신부님의 표정이 지워지지 않는다.
내 얼굴을 화끈거리게하는 이런 작지만 위대한 사람들의 자극들로 인하여 나는 결국 좋은 선교사제로 서게 될 것이다.
머뭇거리지 않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는......
항상 떠나면서도 변함없는 사랑으로 우뚝 서 있는......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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