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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 콩깍지 -반영억신부-(마태오 13,47-53)
작성자김종업 쪽지 캡슐 작성일2011-07-28 조회수959 추천수6 반대(0) 신고

 

2011 7 28일 연중 제17주간 목요일

 하늘나라는 바다에 그물을 쳐서 온갖 것을 끌러 올리는 것에 비길 수 있다.

어부들은 그물이 가득 차면 해변에 끌어올려 놓고 앉아서

좋은 것은 추려 그릇에 담고 나쁜 것은 내 버린다.
(
마태오 13,47-53)

말씀의 초대

모세가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성막을 짓고 그 안에는 증언판이 담긴 궤를 들여 놓고 휘장으로 증언 궤를 가렸다. 그러자 구름이 장막을 덮는다.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의 땅으로 이끄시는 주님께서는 광야에서 성막을 통해 당신의 현존을 드러내신다(1독서). 밀밭에 가라지가 있는 것처럼 세상에는 종말 때까지 악인과 선인이 공존한다. 종말에 선인은 구원되고 악인은 멸망한다. 따라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선을 택하고 악을 멀리하라고 가르치신다(복음).

 

 복음 말씀은 하늘 나라에 대한 비유입니다. 공로가 많아야 간다고 배운 곳입니다.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완벽한 이론도 아닙니다. 하늘 나라의 판가름은 주님의 뜻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허락하셔야 가는 것이지, 우리가 정한 법칙에 의해 가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입니다.
천국은 사람의 영역이 아닙니다. 온전히 하느님께 속한 곳입니다. 그러므로 그분의 허락이 핵심입니다. 인간이 규칙을 정해 놓고 허락을 강요한다면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복음의 교훈은 이 사실을 묵상하는 데 있습니다. 하늘 나라는 쟁취가 아니라 주님의 선물임을 기억하라는 가르침입니다
.
그러니 언제라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주님의 뜻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뜻은 우선적으로 일치에 있습니다. 사람 사이의 일치가 그분 가르침의 기본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별히 가족 안의 일치는 세상에서 천국을시작하는 첫걸음입니다
.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날 옳았던 것이 부정되기도 하고, ‘지난 시절멀리했던 것들이 새로운 가치관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선택과 실천에서 망설여지는 일들이 허다합니다. 그만큼 주님의 가르침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일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그분의 뜻은 우리를 인도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들은 그물의 비유는 두려운 가르침입니다. 바다의 그물을 끌어 올려 좋은 고기는 그릇에 담고 나쁜 것은 버린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도 버려지는 고기와 같은 처지가 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만치 오는 비를 미리 뛰어가 맞을 필요는 없습니다. 종말의 선택은 우리 몫이 아닌 까닭입니다. 주님께서 선택하시도록 올바르게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복음의 교훈은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죽었는데 연옥 종신형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돌아보아도 자신에게 너무한 판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명도 잘 지켰고, 하느님을 모독하거나 사람을 괴롭힌 일도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주님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저는 일생을 잘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기억나는 죄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연옥 종신형을 받아야 합니까?”
그에게 돌아온 답변은 이러하였습니다. “그래. 너는 네 말대로 일생 나쁜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너는 사람들에게 있거나 없거나 마찬가지인 존재였다. 그게 네 잘못이다.”
하늘 나라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의 삶을 어떻게 사느냐 하는 선택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기쁘게 살아야 합니다.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더 나아가 주님의 뜻을 찾는 적극적인 자세로 살아야 합니다. 그물이 끌어 올려졌을 때 우리가 그릇에 담겨지는 고기가 될지 버려지는 고기가 될지는 현실의 삶에 달려 있습니다.

 

빈 콩깍지

  -반영억신부-

저는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성모동산이 있는 아름다운 성당을 기억합니다. 지금은 아주 작게 느껴져도 그 멋스러움은 여전합니다. 지금은 운동장이 되어있지만 텃밭에는 콩도 심겨져 있었고 들깨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퉁이에는 가로등이 밤새 켜 있었습니다. 가로등 가까이에 있는 콩과 들깨는 다른 것보다 훨씬 더 키가 크고 잎도 넓었습니다. 그러나 가을 추수 때에 보면 열매가 없었습니다. 겉은 화려했지만 정작 속은 빈 껍데기였습니다. 낮에는 햇빛을 견디고 밤에는 어둠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탓입니다. 결국 곳간에 채워진 것들은 겉보기에는 초라했던 콩이고 들깨였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이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천사들과 함께 올 터인데, 그때에 각자에게 그 행실대로 갚을 것이다.(마태16,27)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겉모양으로 갚아주시는 것이 아니라 행한 대로 갚아주신다고 하였습니다. 인생여정 안에서 겪을 것을 겪으면서 견디고 받아들인 삶의 모양을 헤아려 주신다는 말씀입니다. 인간의 삶 속에 감춰져 있는 악이 나타나지 않고 그 사람이 존경을 받는다 하더라도, 혹은 외적으로는 아무런 흠이 없고 유능한 사람으로 드러날지라도 그 사람의 참된 모습은 마지막 날 추수 때에 밝히 드러나므로 지금누리는 것들이 헛된 기쁨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 처한 시련과 어려움들이 풍성한 열매를 맺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기를 희망합니다.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을 끌어올려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버렸다.(마태13,48)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삶의 여정이 이미 좋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사실 이세상의 삶은 실패도 없고 성공도 없습니다. 실패가 없다는 것은 지금 정신을 차려 알곡의 삶을 살면 된다는 의미요, 성공이 없다는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하느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세상 종말에 천사들이 의인들 가운데서 악한 자들을 가려내어, 불구덩이에 던져 버릴 것.’이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며 지금 새 삶을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추수라는 심판의 두려움에 주눅 들지 말고 새것도 꺼내고 낡은 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이 과거를 발판 삼아 오늘을 새롭게 하고 그리하여 복된 내일을 차지하시기 바랍니다. 어디든지 있는 것, 언제든지 있는 것, 얼마든지 있는 것은 희망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대한 희망을 놓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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