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랫만에 고향 본당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을때 있었던
일입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는 어린이 미사 강론할 때마다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이 아이들이 지금 내 말을 잘 알아듣고 있는지, 아닌지를 잘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불뱀에 물린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에 손에 들린 구리뱀을 보면
살 수 있었어요. 마찬가지로 우리 어린이 친구들도 저기 십자가에 달려 계신
예수님을 올려보고 가르쳐 주시는 대로 살면 영원히 살 수 있는거예요."
갑자기 초등학교 1학년이라는 모세라는 놈이 자기 손으로 가위표를 만들더니 하는 말...
"땡! 영원히 살기는 뭘 영원히 살아요. 우리는 어차피 죽을 인생들 인데요..."
세상에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놈이 할 말입니까?
"모세야... 예수님을 믿고 착하게 살면 하느님과 영원히 함께 살 수 있어"
"땡! 영원히 못살아요. 우리는 어차피 한 번은 죽어야 할 목숨들이란 말이예요. 오~~~래 살기는 하겠지요."
"모세야... 네 이름대로 네가 모세에 대해서는 나보다 잘 알지 몰라도 예수님은 내가 쪼금 더 잘 알지 않겠니? 영원히 살 수 있어."
"신부님이 예수님에 대해서 잘 안다구요? 어차피 한 번은 죽어야 할 인생도 모르면서?"
그 쯤에 이르러서는 미사에 참석한 모든 애들이 귀를 쫑긋세우고 결판이 어떻게
나는지 지켜보고 있었고, 선생님들은 웃느라고 몸이 계속 뒤로 젖혀지고,
나는 땀만 뻘뻘 흘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모세와 저는 영원이라는 표현보다는 아~~~~~~~~~~~~~주
오~~~~~~~~~~~~~~~~~~~~~~~~~~래 살 수 있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다음으로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아무튼 우리 어린이 친구들... 참 좋아요. 이렇게 자기 속에 있는 생각을 그래도
표현해주고 해서 미사 시간이 너무 재미있어요... 여러분도 그렇지요?"
다들 "예'하고 별 의미 안두고 소리 질러 대는데, 또 모세를 포함한 몇놈은
"아~니요"하고 소리를 질러댑니다. (으이그... 내가 미쳐)
일일히 그 놈들 반응에 대꾸하다보면 강론이 끝이 없이 길어질 것 같아서
서둘러 마치기고 했습니다.
"어쨋든 우리 어린이 친구들, 잘 알겠지요?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가르쳐주는 대로 살면 하느님과 함께 그리고 엄마랑 아빠랑 함께
아~~~~주 오~~~~래 살 수 있어요, 알겠지요?"
'모두 '예"하고 대답해주면 이대로 끝내야 겠다" 마음 먹고 있는데, 내내 졸던
한 녀석이 갑자기 "누가요? 누가 오래 살아요?"라고 물어봅니다.
그러더니 그 녀석의 옆에서 내내 눈을 똑바로 뜨고 강론을 아주 예쁘게 듣던
한 놈이 머리를 툭하고 때리더니 한 마디 합니다...
"바보야, 누구긴 누구야... 뱀이 오래 살지."
으이그... 이럴때는 어찌해야 좋습니까?
아이들은 겉과 속이 똑 같습니다. 마음이 기쁘면 얼굴도 기쁘고, 마음이 슬프면
얼굴도 슬픈 기색이 바로 나타납니다. 이런 어린이들과 같이 되지 않으면
우리는 하느님 나라의 백성이 되기에 아직 많이 부족하답니다.
우리도 어린 아이들의 순수로 다시 돌아가서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대로
겉으로 표현하고 살아도 될 정도로 단순하고도 깨끗이 닦여진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성체 앞에 앉고 또 앉아있어야 될 일입니다.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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