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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로메의 유혹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11-07-30 조회수366 추천수6 반대(0) 신고


 

 

 

 

복음에서 헤로데의 칼날이 요한의 목을 바짝 겨누고 있다.

 

아내 헤로디아의 앙심 때문이 아니라,

살로메에게 약속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수를 쓰더라도 그를 죽이기로 작정한 헤로데의 마수에서

요한은 더이상 벗어날 수 없다.

 

왕에게 쏠려야할 백성들의 시선을 뺏은 죄 하나만으로도  

그는 헤로데 왕가에 이미 미운 털이 박혀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다 아는 하느님의 사람에게 어떻게 손을 댈 것인가?

제발 조용히만 산다면,

가만히 동굴 속에서 수도나 한다면 좋으련만,

감옥에 가두어놓고, 회유를 해봐도

대쪽같은 요한은 두려움을 모른다.

 

자연에서 채취한 것들에 길들여진 그의 거친 혀를

산해진미로 무디게 할 수 없고,

짐승의 가죽을 걸치고 사는 그의 껄껄한 몸을

청실홍실 비단으로 엮을 수도 없다.

 

그.때.

 

혈기 방창한 젊은 요한의 앞에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가 다가온다.

공주는 그의 앞에서 살랑살랑 춤을 추었다.

 

아버지 어머니가 보내서 춤을 춘 것이 아니다.

공주의 마음은 이미 요한의 카리스마에 압도 되었다.

 

권위의 맛을 깊이 알고 있던 공주.

부왕의 명령도, 회유도 거들떠 보지 않는

또다른 권위에 매혹되었다.

 

 

 

화가 구에르치노는 감옥에 갇힌 세례자 요한을 찾아와

그를 유혹하고 있는 살로메의 모습을 그렸다.

 

창살 안으로 목을 깊숙이 내밀고

요한을 애타게 바라보는 공주.

 

그녀에게서 풍기는 짙은 장미 향수를 맡고

미간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리고 있는 요한.

 

마음대로 안 되는 요한을 손아귀에 넣고 싶어

옹골차게 창살을 움켜잡고 있는 살로메.

 

하지만 실상 누가 감옥에 갇혀있고

누가 자유로운가를 잘 보라고.

명화의 해설로 유명한, 웬디 베게트 수녀는 말한다.

 

 

 

 

 

그렇다.

욕망의 감옥에 갇혀있는 공주와

욕망을 벗어난 자유로운 예언자.

 

꽉잡고 싶은 마음이 내비친 공주의 손. 

모든 것을 내맡긴 듯 힘을 푼 요한의 손.

 

 

살로메의 좌절은 곧바로 요한의 목을 원하지만

군주의 위협에도 공주의 유혹에도 

한 치 떨림이 없던 요한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의지를 꺾지 않는다.

 

 

요한의 목은 쟁반 위에 올려져 공주에게 바쳐졌으나

그의 고귀한 영혼은 끝내 소유할 수 없었다.

그의 자유로운 영혼은 어떤 권위로도 가둘 수 없었다.  

 

 

 

 

 

 

 

그렇다. 

세례자 요한은 그렇게 죽었다.

하느님 말씀대로 당당하게 말하다 죽임을 당했다.

  

언젠가는 한 번 죽을 우리의 인생,

어떤 죽음을 맞을 것인가?

 

죽음이 끝이 아닌 신앙인의 삶,

얼마나 자유로운 영혼일 수 있을까?

 

그것이 진짜 죽음과 삶의 문제다.

자유냐 죽음이냐,

그것이 진짜 문제이다

 

 

 

그날이나 지금이나

세례자 요한에게나 나에게나

우리에게 주어진 모래 시계는 여전히 떨어지고 있다.

우리를 떨게 하는 것들은 도처에서 우리를 압박한다.

우리를 유혹하는 것들은 여전히 우리를 옧죄고 있다.

 

 

"나, 지금도 떨고 있니? "

"나, 지금도 흔들리고 있니?"

 

 

 

 

 

 

(2009년 8월에 올렸던 글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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