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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 날, 새 아침, 새 생명 - 7.31,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7-31 조회수391 추천수4 반대(0) 신고

2011.7.31 연중 제18주일

이사55,1-3 로마8.37-39 마태14,13-21

 

 

 

 

새 날, 새 아침, 새 생명

 

 

 

가만히 앉아서 게시판을 보니

이제 오늘로 7월은 끝나 6월 달력을 떼어내고

9월 달력을 붙여놓으니 7-8-9월,

과거-현재-미래가 한 쌍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8월이 끝나면 8-9-10월이 또 나란히 붙을 것입니다.

 

창밖 역시 계절의 흐름을 한 눈에 볼수 있습니다.

겨울이었는가 하면 어느 사이 봄이고 어느 사이 여름입니다.

 

나는 언제나 지금 여기 가만히 있는데

세월은 강물처럼 나를 부딪히며 끊임없이 흘러갑니다.

 

바로 지금 여기의 정주가 영원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지금 여기서 영원한 현재를 사시는 정주의 하느님이며

우리의 정주처는 하느님의 영원을 배우며 영원을 살아가는 장이기도 합니다.

 

어느 수도형제와의 대화 중 ‘질리다’라는 말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물리다’라는 말도 비슷합니다.

사전을 찾아 봤더니

‘질리다; 질력 나서 귀찮은 느낌이 들다(예; 술 먹는 것도 이제는 질렸다.’ ‘물리다; 아주 싫증이 나다(예; 너무 자주 먹어서 이제 국수에는 물렸다)’로 소개 되어있었습니다.

 

혹시 삶에, 일에, 사람에, 단조로운 일상에 질리거나 물리지는 않았습니까?

살다보면 누구나 때로 질리게 되고 물리게 되어

휴가나 여행 등 창조적인 일탈의 시간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 산책 중 주차장 옆 둑에 심지 않고 뿌리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무성이 자라나 피어난 연노랑 달맞이꽃이 참 청초했습니다.

그대로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새 날, 새 아침, 새 생명을 주신 하느님을 찬미하는 듯 했습니다.

 

얼마 전에 썼던 글이 생각났습니다.

“‘주님을 찬미합시다.’

  청초하게 피어난 연노랑 달맞이꽃 아침인사

  하느님 희망의 메시지 마음이 환하다.”

 

수도원 건너편의 인위의 압도적인 거대한 아파트들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하느님의 작품, 새 날, 새 아침을 알리는

하느님 희망의 메시지 연약한 달맞이꽃들입니다.

 

하느님께는 매일이 새 날, 새 아침, 새 생명입니다.

이런 하느님을 믿을 때, 사랑할 때, 희망할 때

정주생활은 질리지도 물리지도 않습니다.

 

우리 역시 주님을 닮아 늘 새 날, 새 아침, 새 생명을 살 수 있습니다.

 

 

 

 

 

“오너라.”

 

하느님은 우리의 영원한 정주처이자 안식처입니다.

우리의 정주의 제자리는 바로 하느님입니다.

바로 우리의 영원한 정주처인 하느님께 오라는 초대입니다.

 

세월 흘러 나이 들어 갈수록 찾아갈 곳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은

바로 하느님이 정주처임을 말해 줍니다.

세월 흘어 찾아 갈 사람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 역시

우리가 마지막 만날 분은 하느님이심을 말해 줍니다.

 

하느님의 초대보다 반갑고 고마운 일은 없습니다.

만사 제쳐 놓고 하느님의 초대에 응해야 합니다.

세상에 하느님의 초대에 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없습니다.

 

우리 모두 초대 받은 하느님의 손님들입니다.

하느님은 가슴 활짝 열고 우리 모두를 미사잔치에 초대해 주셨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하느님의 초대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그대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자, 목마른 자들아, 모두 물가로 오너라.

  돈이 없는 자들도 와서 사 먹어라.

  와서 돈 없이 값없이 술과 젖을 사라.

  너희는 어찌하여 양식도 못되는 것에 돈을 쓰고,

  배불리지도 못하는 것에 수고를 들이느냐?”

 

참 어리석은 사람들의 실상이 이러합니다.

양식도 못되는 것에 돈을 쓰고 배불리지도 못하는 것에 수고하다

인생 마치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목마른 자들, 굶주린 자들을 당신께 초대하는 주님이십니다.

 

마태오 복음의 초대 말씀 또한 잊지 못합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11,28)

 

우리의 참 정주처인 주님의 초대에 응할 때 진정한 평화와 휴식입니다.

더불어 요한복음의 주옥같은 주님의 초대 말씀도 생각납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6,35).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성경 말씀대로

  그 속에서부터 생수의 강들이 흘러나올 것이다.”(요한7,37-38).

 

영육으로 지친 이들에게 참으로 위로와 힘이 되는

주님의 자비로운 초대 말씀입니다.

집 떠난 탕자를 기다리는 아버지처럼

늘 가슴 활짝 열고 우리를 초대하고 기다리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들어라.”

 

주님은 우리의 배움터이자 쉼터입니다.

바로 보이는 성전이, 성전에서의 미사가 상징하는바

배움터이자 쉼터인 주님이십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고 배우는 배움터가 거룩한 미사가 거행되는 성전입니다.

 

역시 이사야를 통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들어라.

  내 말을 들어라.

  너희가 좋은 것을 먹고 기름진 것을 즐기리라.

  너희는 귀를 기울이고 나에게 오너라.”

 

들음은 우리 영성생활의 기초입니다.

잘 듣기 위한 침묵이요 잘 들어야 순종이자 겸손이니

들음은 주님의 평생학인인 우리에겐 필수자질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들으며

주님의 온유와 겸손을 배워 주님을 닮아갈 때

더불어 치유되는 심신의 병과 상처입니다.

 

우리의 멍에 역시 편해지고 짐도 가벼워져 마음의 안식이니,

배움터는 동시에 안식의 쉼터가 됨을 깨닫습니다.

 

오늘 주님은 말씀과 성체의 미사식탁을 마련해 놓으시고

우리를 초대해 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생명 잔치의 주인이 주님이시듯

이 미사잔치의 주인도 똑같은 주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나눠 주시니,

  제자들이 군중에게 나눠주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성체성사의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복음 장면입니다.

빵의 기적 사화에 성찬례가 모태가 되었음을 깨닫습니다.

요한을 죽음에 이르게 한 헤로데의 죽음의 잔치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오늘 주님의 생명의 미사잔치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입니다.

굶주린 군중들을 빵으로 배불리 먹이신 주님은

일용할 양식인 말씀과 성체의 빵으로 우리를 배불리시고

참 좋은 쉼터에서 휴식을 주십니다.

 

매일 육신의 양식을 먹어 활력을 얻어야 하듯이

미사 중 말씀과 성체의 양식을 먹어야 영육도 치유되고 활력을 얻습니다.

 

 

 

“살리라.”

 

영혼이 살아있어야 진정 살아있다 할 수 있습니다.

사람 없는 빈집이 죽은 집 이듯이 영혼이 없는 육신은 죽은 사람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주님을 사랑할 때 주님을 믿을 때,

주님을 희망할 때 살아나는 영혼입니다.

 

“들어라. 너희가 살리라.”

 

이사야의 말씀대로 주님의 말씀을 들을 때 살아나는 영혼입니다.

사람은 빵으로만 살지 못하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삽니다.

의미를 찾는 사람입니다.

무의미한 삶에 뒤따라오는 무기력한 무감각한 삶은

살아있다 하나 실상 죽은 삶입니다.

말씀은 생명이자 빛입니다.

우리 삶에 의미를 주는 생명과 빛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이 되어 살게 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고백은 언제 들어도 감동적입니다.

이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하느님의 사랑으로 사는 자가

이미 영원한 삶을 사는 자요 진짜 사는 자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것도, 저 깊은 것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질리지 않고

날마다 새 날, 새 아침, 새 생명을 살 수 있는 길은 단 하나입니다.

“오너라.” 부단히 주님의 초대에 응하는 것입니다.

“들어라.” 평생 주님의 듣고 배우고 실천하는 주님의 학인으로 사는 것입니다.

“살리라.” 주님의 초대에 응하여 주님의 말씀을 듣고 배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살아갈 때 생명과 빛으로 충만한

            새 날, 새 아침, 새 생명의 삶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의 은총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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