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태마을 옆집에는 현역시절 ‘호랑이 신부님’으로 통하던 원로 신부님이 살고 계신다. 지금은 해맑은 아이의 웃음을 지니고 계시지만 말이다. 관장 신부님은 이웃사촌이신 신부님을 모시고 자주 식사하러 간다. 건강식품으로 잘 알려진 장어구이는 원로 신부님이 좋아하시는 여러 음식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나는 신부님 덕택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주 장어구이를 즐긴다.
구이용으로 손질되어 나온 장어는 크게 두 부위로 나뉜다. 바로 몸통과 꼬리다. 장어 한 마리에 몸통은 여러 조각이 나오지만 꼬리는 단 한 조각이 있다. 이 희소성과 더불어 장어는 꼬리로 헤엄을 치기 때문에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해석을 하며 사람들은 장어 꼬리 부위에 더 많은 영양소가 있고, 힘을 불끈 솟아오르게 해준다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꼬리는 아무나 먹을 수 없다. 괜히 잘못 먹었다가는 사람들 ‘눈총’ 맞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물론 가장 먼저 장어 꼬리가 주인을 만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있던가, 아니면 식탁 한 바퀴를 처량하게 팔려 다니는 신세를 면치 못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과학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 장어 꼬리가 몸통에 비해 영양가가 더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 무엇이 이런 장면을 만든 것일까? 아마 장어 꼬리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한테 존경받고 싶어하는 사람, 누군가한테 대접받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것은 아닌가 싶다. 결국 사람 마음에 있는 색유리가 장어 꼬리에게 한(恨)을 안겨주었다.
임창현 신부(수원교구 성 필립보 생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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