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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세는 달랐다!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03 조회수380 추천수9 반대(0) 신고

 

 

 

 

 


민수 12,1-13

 


모세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는 사람은 공교롭게도 형 아론과 누이인 미르얌이다.

"주님께서 모세를 통해서만 말씀하셨느냐?

우리를 통해서도 말씀하시지 않았느냐?"

 

겉으로는 모세가 이방인 아내를 얻은 것을 비판했지만

속내는 모세의 지도권에 대해 불만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말이다.

 


귀밝은 주님께서 이 말을 들으셨다.

그리고 아론과 미르얌을 불러

다른 이들과 모세를 다르게 차별해서 대우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곧 모세에게는 직접 당신의 뜻을 숨김없이 알려줄 것이나

다른 이에게는 간접적으로(꿈, 환상) 알려 주실 것이란다.

 

그리고는 감히 모세에게 시비를 걸었으니 

그 벌로 미르얌에게 악성피부병을 내리신다.

아론은 그것을 보고 즉시 모세에게 빌었다.

"아, 나의 주인님,...."

 

하느님께 빌지 않고,

바로 모세에게 빌었다.

하느님께 '주인님'이라 하면 모를까

동생인 모세에게 '주인님'이라 한다.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

 

그제야 사태를 바로 알았다는 뜻이다.

아론은 모세가 자신들의 지도자임을 시인하고 백기를 들었다.

그리고 다른 누구가 아니라 모세를 통해서만

하느님이 말씀을 전달하심을 두 손을 들어 인정했다는 것이다.

 

 

 


주변에 있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그의 결점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다.

가족들이, 친구들이 그래서 때로는 가장 무서운 배신자가 될 수 있다.

 

말을 잘한다고 주님도 인정한 아론,

어디서나 아론이 모세를 대신해서 입을 열었다.

미르얌 역시 여예언자로서 당시 이름 꽤나 있었다(탈출 15,20).

그러니 이들이 주님께 불만을 가질만 하지 않은가.
모세가 있어서 자기들이 가려진다고 생각할만 하지 않은가.

 

 

언젠가 심리학 박사과정에 있는 자매가 말했다.

'질투와 시기는 다르다'고.

 

질투는 가지고 있는 것을 뺏길까 두려워하는 마음이고

시기는 자기는 없거나, 조금 있는데,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이라고.

 

그래서 질투는 가지고 있는 것을 들키지 않게 감추고

가지고 있는 것을 함께 나누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시기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생기고.

애써 타인의 것을 축소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고.

 

미르얌과 아론은 모세처럼 똑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들도 백성들 앞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자기들보다 말도 못하고, 나이도 적은 모세를 보며

모세의 지도권을 우습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의 도전은 KO패로 끝난다. 

악성피부병에 걸린 미르얌,

무릎을 끓고 빌어야 했던 아론.

 

용서를 청하는 아론의 말을 듣고

모세는 하느님께 청원을 한다.

그의 청원을 듣고 미르얌의 병은 씻어지고

아론은 다시는 도전할 꿈도 못꾼다.

 

 

이들의 억울한(?) 심정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더구나 주님은 모세를 특별하게 대우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데 민수기는 그 비슷한 일이 모세에게 일어났을 때

모세는 어떻게 처리했는지

모세가 어떻게 미르얌과 아론과 다른지를 가르쳐준다.

 

 

 

모세가 이 백성을 자기 혼자 품고 갈 수 없다고

너무 무겁고 힘들어 죽겠다고 징징거릴 때이다.(민수 11, 14-15)

 

주님은 칠십 명의 원로들에게 당신의 영을 내려주셨는데,

그것은 모세가 가지고 있던 영을 조금씩 덜어 

칠십명에게 나누어 주겠다고 한 것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하느님의 천막으로 나오라는 명령을 받고도

나오지 않은 두 명에게도 영이 내렸다는 것에

여호수아는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모세의 시종직을 맡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모세는 여호수아를 나무라며 이런 말을 한다.

"너는 나를 생각하여 시기하는 것이냐?"

"차라리 주님의 온 백성이 예언자였으면 좋겠다.

주님께서 그들에게 당신의 영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

 

 

그렇다. 

이것이 아론과 미르얌, 그리고 여호수아와 다른 점이다.

 


모세는 다른 이를 시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지도권이 위협받을까봐 걱정하지도 않았고

자기에게 내린 영을 칠십명에게 덜어내 주겠다 하는데도

싫어하거나 근심하지 않는다. 

자기 것을 빼앗길까봐 질투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모든 이가 자신이 받은 것처럼,

주님의 영을 입어 예언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것이 진심이라는 것은

자신을 위한답시고, 시기심을 일깨우는 시종, 여호수아를

매섭게 꾸짖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그렇다.

자신에게 내려진 카리스마가

모든 이에게도 똑같이 부어져

모든 이와 함께 하느님의 길로 순조롭게 향해가는 것,

그것이  모세의 꿈이고 소원이었다.

 

 

그런 순수한 사람이었기에 지도권이 허락된 것이다.

그렇게 사심없는 사람이었기에 대표권을 맡긴 것이다.

그래서 모세는 하느님께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민수기의 저자, 신명기 역사가도 극찬한다.

"땅 위에 사는 사람 가운데 모세만큼 겸손한 사람은 없었다." 고.

 

 

 

 

주님,

모세를 통해 우리의 위선적인 모습을 들여다봅니다.

힘들어 죽겠다고, 일이 많아 죽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청을 들어 주시어

다른 사람에게 우리의 은총을 덜어서 주겠다고 한다면

다른 이들이 우리를 거들어 일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면

모세처럼 선뜻 기뻐하며, 반가워할  수 있을까요?

 

아론과 미르얌이 그랬듯이,

우리 안에도 시기심이 있습니다.

여호수아가 그랬듯이,

우리 안에도 질투심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주님에게서 왔다 하면서도

다른 이에게 빼앗길까봐 감추고 있는 것은 없었을까요?

모든 것이 주님의 것이라 고백하면서도

다른 이와 나누기를 거부한 적은 없었을까요?

 

 

주님, 부디

모세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모세처럼 열린 마음으로,

모세처럼 나누는 마음으로,

모세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일하는

당신의 충직한 종이 되게 하소서. 

 

아멘.



 

쇼팽, 로시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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