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시간을 내어 주소록을 정리했다. 너무 오래되어 이름조차 생소한 이들의
주소들을 과감하게 정리해 나가는데 두 해전 세상을 떠난 친구신부님의 이메일 주소가 눈에 띄였다.
갑자기 슬픔이 밀려왔다. 아직 많은 것들이 낯선 이곳에 내가 천천히 익숙해져 가듯
그 친구도 지금쯤은 '그 곳' 생활에 많이 적응했겠지......
10년을 준비한 선교사제로서의 삶을 자신이 그 토록 함께 살고 싶어했던
파푸아 뉴기니의 형제들과 함께
단 두달만을 보낸 뒤 귀국, 내내 투병생활을 하다 하느님 곁으로 떠난 친구.
오랫만에 메일을 보내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잘 지내니? 언제 한 잔 해야지? ......
하지만 메일은 보내지지 않았다. 너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주소가 삭제되었다는 설명만 있을 뿐....
난 그 메일 주소를 지우지 못했다. 그냥 왠지 그대로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날 가까운 곳에 그 친구가 있어 좋은 포도주를 한 잔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늘나라... 하느님 나라는 어떤 곳일까?
마지막 날들 동안 그가 즐겨쓰던 주황색 모자가 메일 주소와 함께 내게 남겨진 유일한 그의 것이다.
오늘 밤에는 그 모자를 쓰고 집 앞의 퍼브에 나가봐야겠다.
그리움 안에서 나와 네가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는 있다고 믿었는데,
그리움은 참 슬픈 것이구나......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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