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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과 사람 - 8.5,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05 조회수570 추천수6 반대(0) 신고

2011.8.5 연중 제18주간 금요일

신명4,32-40 마태16,24-28

 

 

 

 

 

하느님과 사람

 

 

 

어제 병원에서 의사선생님과의 상담 시 말씀이 생각납니다.

“조선시대 임금이 몇 분인지 아십니까?

  스물 일 곱 분이고 이 중 사십을 넘어 사신 분은 단 세분뿐입니다.”

 

병마의 퇴치로 인간 수명을 대폭 늘린

인간 의술의 위대함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사랑밖엔 길이 없었네’ 제목의 제 신간 서적의 출판과정에서

미카엘 사장님의 <간곡한 청원> 제하의 이메일 편지도 잊지 못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어서

  인쇄에 들어가기가 매우 망설여집니다.

  전부터 말씀드리던 내용의 문제입니다.

  지금 이 원고를 몇 번이고 다시 보고,

  또 여러 사람들에게 돌려 읽히고 합니다만

  결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역시 너무 일방적이라는 것입니다.

  거의가 강론, 그것도 수도원 안에서 수사들을 상대로 한 강론이기 때문에

 ‘하느님’말고는 보이는 게 없다는 것이지요.

  강론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모든 것은 ‘하느님’으로만 귀결되고,

  그것도 몇 번이고 같은 내용들이 중복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계시면 ‘사람’도 있어야 할 텐데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수도원에 ‘하느님’이 계시면 ‘사람’도 있어야 할 게 아니냐는 겁니다.”

 

 

1월부터 약 4개월간 형제님과 줄다리기 끝에

위의 편지를 읽고 공감하여 5월초 1주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저를 포함해 일곱 분 수도자들에 대한 글을 써 보내드림으로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사람 없는 하느님만도 문제이지만 하느님 없는 사람만도 문제입니다.

어제 대형병원을 방문했다가 그 시설의 웅장함과 섬세함에 감탄하며

인간의 위대함에 감탄했습니다.

인간의 위대함만 드러날 뿐 하느님은 보이지 않는 듯 했습니다.

인간의 위대함은 하느님의 위대함으로,

인간의 신비는 하느님의 신비로 직결 되어야 온전한 삶입니다.

하느님 없는 사람은 공허하고 사람 없는 하느님은 맹목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사람을 발견하고

사람을 통해 하느님을 발견해야 온전한 영성입니다.

그러나 우선순위는 하느님, 그리고 사람입니다.

‘기도하고 일하라’는 모토대로

하느님을 찾는 삶을 우선하는 우리 수도승들의 삶입니다.

 

“주님은 좋으시다. 그 이름을 찬양하라.”

 

새벽 성무일도 화답송 후렴으로

입술을 열며 새날을 시작한 우리 수도승들입니다.

오늘 1독서 신명기도 온통 하느님이 주제입니다.

소제목 역시 ‘주 하느님의 위대함과 선택 받은 이스라엘’입니다.

온통 하느님의 업적을 보고 잊지 말라,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라,

하느님의 놀라우신 일들을 생각하라 등등

늘 하느님이 이뤄주신 좋으심과 놀라움, 고마움을 생생히 느끼며

찬미하며 살라 하십니다.

이어 모세를 통한 주님의 결론 같은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오늘,

  주님께서 위로는 하늘에서. 아래로는 땅에서 하느님이시며,

  다른 하느님이 없음을 분명히 알고 너희 마음에 새겨 두어라.”

 

역시 ‘오늘’의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입니다.

늘 살아있는 하느님을 마음에 새겨 두고 살라는 말씀입니다.

이 하느님을 잊어 출구 없는 문명, 미래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토목공사로 사라져 가는 자연과

계속 들어서는 거대한 아파트들과 건물들을 볼 때 마다

바벨탑의 불길한 조짐도 들곤 합니다.

 

하느님이 보이지 않는 궁극의 희망이라면

보이는 희망은 인간과 자연인데 날로 망가져 가는 인간과 자연이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그분의 규정과 계명들을 지켜라.

  그래야 너희와 너희 자손들이 잘 되고,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영원토록 주시는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

 

 

이 또한 ‘오늘’의 우리에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계명 실천은 그대로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바로 오늘 우리에게 주신 주님의 말씀이 복음의 다음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구원의 길, 생명의 길은 이 길 하나뿐입니다.

끊임없이 주님을 사랑하여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갈 때

저절로 자기실현에 참 자유인의 삶입니다.

 

토마스 머튼은 말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최종적인 완전함'이란

"우리 삶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온전히 드러나시는 것"이라며,

우리의 모든 삶을 그리스도 안에서 재정립하고,

그분처럼 말하고 그분처럼 생각하고 그분처럼 행동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바로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를 때

그대로 우리는 또 하나의 그리스도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자기를 버린 우리 모두를 당신 생명과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시어

우리 모두 제 십자가를 잘 지고 당신을 따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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