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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에 대한 짧은 생각] 20110808
작성자김용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07 조회수362 추천수1 반대(0) 신고
2011년 8월 8일 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7,22-27

제자들이 갈릴래아에 모여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그들 손에 죽을 것이다. 그러나 사흗날에 되살아날 것이다.” 그러자 그들은 몹시 슬퍼하였다.

그들이 카파르나움으로 갔을 때, 성전 세를 거두는 이들이 베드로에게 다가와, “여러분의 스승님은 성전 세를 내지 않으십니까?” 하고 물었다.

베드로가 “내십니다.” 하고는 집에 들어갔더니 예수님께서 먼저, “시몬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세상 임금들이 누구에게서 관세나 세금을 거두느냐? 자기 자녀들에게서냐, 아니면 남들에게서냐?” 하고 물으셨다.

베드로가 “남들에게서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그렇다면 자녀들은 면제받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의 비위를 건드릴 것은 없으니, 호수에 가서 낚시를 던져 먼저 올라오는 고기를 잡아 입을 열어 보아라. 스타테르 한 닢을 발견할 것이다. 그것을 가져다가 나와 네 몫으로 그들에게 주어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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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은 예수님께 어울리지 않는 질문하나가 던져집니다.


“여러분의 스승님은 성전 세를 내지 않으십니까?”


성전세를 거두기 위해 접근한 이 사람들의 질문은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내용이 달라집니다. 이 질문은 한편으로 예수님을 모르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예수님은 분명한 이스라엘 민족이 맞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예수님을 아는 이들에게는 하느님의 아들에게 하느님의 집에 대한 세금을 내라는 어이없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이 질문에 대해 세상의 규칙을 물으십니다.


“시몬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세상 임금들이 누구에게서 관세나 세금을 거두느냐? 자기 자녀들에게서냐, 아니면 남들에게서냐?”



남들에게서 거둔다는 베드로의 대답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그 자녀는 면제를 받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십니다. 당신이 이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성전세를 내게 하십니다. 세상에서 이루어진 그 틀을 어기며 당신의 존재를 알릴 때도 아니었으며 그럴 이유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이 이야기의 시작에서 당신이 정녕 하실 일이 당신의 죽음과 부활이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예수님에게 생긴 이 웃지못할 이야기는 당신의 수난을 이야기하시는 주님 앞에 이스라엘 민족들이 살아가는 일면을 보여줍니다. 하느님을 믿는 방법으로 형성된 수많은 규칙들과 그를 통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하느님께 성전을 유지할 돈을 요구하는 모습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2천년이 지난 현재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모일 곳 조차 없었던 그리스도라는 이름 아래 모인 사람들은 이제 어느 곳에서나 성전을 짓고 사람들이 모이게 하며, 자신들의 정통성을 주장하며 셀 수도 없을 정도로 흩어져 하나의 이름을 이야기합니다. 그 이름은 그리스도이고, 자신들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갖가지 규칙과 예식을 만들고 그를 유지하는 또 무수히 많은 제도들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을 조금 더 '거룩하게' , 조금 더 '은혜롭게' 를 외치고 있습니다. 사람이 만든 것을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처럼 생각하고 가르치는 것 또한 많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을 읽으며 그런 우리가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가르치며 그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여 하느님 앞에서 열심과 나태함으로 가르고 무엇인가를 요구할 때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나의 말을 듣는 이가 누군지도 모르고 하느님께서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지도 모르고 우리는 잘도 우리의 의무나 권리를 이야기하고 우리가 아는 전통을 신앙이라 말하며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더 마음을 흔드는 것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정작 당신 죽음을 각오하고 제자들을 준비시키고 계셨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사랑을 전하고 그 사랑이 참 하느님의 뜻임을 알리기 위해 당신 목숨을 거시는 예수님은 조용히 당신을 감추시고 세상이 이야기하는 하느님에 대한 정성에 아무 말 없이 따르기로 하십니다. 



"우리가 그들의 비위를 건드릴 것은 없으니, 호수에 가서 낚시를 던져 먼저 올라오는 고기를 잡아 입을 열어 보아라. 스타테르 한 닢을 발견할 것이다. 그것을 가져다가 나와 네 몫으로 그들에게 주어라."


결국 물고기 입에서 나온 돈으로 성전세는 바쳐집니다. 그리고 주님은 당신 죽음을 향해 가시고 우리는 그 성전세로 삶을 영위하고 하느님께 정성이라는 것을 바치는 일상을 계속합니다. 


복음은 사실 그냥 웃고 지나칠 수도 있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두고 두고 주님과 엇갈리는 우리들의 모습이 남아 맴도는 것 때문에 쉽게 생각을 그칠 수가 없습니다. 혹시 우리의 모습에서도 주님의 간절한 진심은 놓치고 우리가 만든 것으로 주님을 위하고 우리 역시 살아가는 이런 모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 정성을 이야기하며 성전세를 요구하는 이들은 결국 그분의 죽음을 통해 세상에 참 하느님을 없애려 했습니다. 결국 성전세를 바치신 예수님, 그분은 당신의 생명도 빼앗기십니다. 성전세를 거두고 하느님을 죽이는 세상의 어이없는 난폭함에 할 말을 잃게 됩니다. 


예능프로를 보듯 엇갈리는 예수님과 이스라엘의 모습이 비극으로 이어짐을 생각해보며 누구랄 것도 없이 지금 우리의 모습을 살피는 것만으로 의미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어느때보다 우리는 수도 없는 성전세를 요구하고 있는 세대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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