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캐나다의 가족들이 주님 오시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대림시기 동안 단식을 해서 모은 적지 않은 돈이
가나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지향과 함께 몇 사람을 거쳐 힘들게 이 곳 로마의 내 손에 전달되었다.
그 분들의 글을 읽는 동안 내내 '왜 하느님께서 이 돈을 내게까지 보내셨을까'하는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궁금함은 바로 그 날 저녁 풀렸다.
저녁기도를 바치면서 하느님 아버지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아버지, 아름답고 순결하게 봉헌된 이 돈을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곳에 잘 써주십시요"
그 날 저녁 식탁은 '부뚜 신부님'과 함께 할 수 있었다.
부뚜 신부님은 장난끼 많은 인상의 소유자로서 몸체가 커다란 까만 곰을 연상시킬 정도로 큰 콩고 출신의 신부님이다.
그런데 갑자기 부뚜 신부님이 자기 교구의 신부님 다섯분이 돌아가셔서 영결 미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어떻게 다섯 분이 비슷한 시기에 돌아가실수가 있지요? 병원에서는 뭐라고 했는데요?"
"하하하... 신부님. 우리나라는 병원에 가보고 말고 할 여건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신부라고 해도 간신히 하루에 한, 두끼 챙겨먹으면서 사는데 병원은 무슨 병원요....."
쓴웃음과 함께 콩고의 출신 교구 상황이 어떤지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데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다른 많은 아프리카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2차 대전 이후 종교와 종족의 분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서양의 식민지 상태 그대로 국경을 나누어 한 국가로서 어정쩡한 독립을 맞은 콩고는 독립 이후 지금까지 엄청난 내전의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특히 1997년 6월에 발발한 내전과 1998년 말 무렵 시작된 정부군과 반군의 무력충돌로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아 거의 전 국민이 극빈계층의 생활을 겨우 영위해 나가고 있다 한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부뚜 신부님은 얼마후 자기 출신 교구에서 서품식이 있을 예정인데
자기 교구의 신부님들이 서품식 선물로 가장 받고 싶어하는 것이 바로 자전거라고 했다.
왜냐면 맡은 본당 구역은 넓은데 그 곳을 일일히 걸어다니보면 일년을 꼬박 돌아다녀도
겨우 한 곳에 두 번 정도 갈수 있을 정도라서 자전거를 타고 보다 많은 신자들을 만나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효용의 가치'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같은 물 한모금이지만 일상적인 상황의 사람에게와
사막에서 몇시간째 물을 마시지 못한 사람에게의 물 한모금은 그 '효용의 가치'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너무나 감동적이고 소중한 그 돈이 최고의 효용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그 사랑은 아무도 모르는 특별한 방법으로 부뚜 신부님께 전해 졌다.
나는 멀리 캐나다에서 주님을 애타게 기다리며 모든 식구들이 단식해서 모은 그 소중한 사랑이
한 사제를 거쳐서(주님께서는 아무리 부족한 사제라도 당신의 도구로 기꺼이 써주신다)
멀리 콩고의 대지를 구르는 자전거로 변할 수 있는 기적같은 주님의 일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특별히 사제가 철저하게 회개의 삶을 살아갈 때 이런 기적은 매일 지구촌 도처에서 벌어질 것이다.
기적은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시작되는 은총이지만 항상 인간 상호간의 관계 안에서 완성된다.
그래서 기적은 하느님의 일이자 인간들의 일이다.
여러가지로 생각이 많은 요즈음이다.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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