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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선교사는 죽지 않는다 /최강 스테파노신부
작성자오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13 조회수537 추천수9 반대(0) 신고
 
 
 

노선교사는 죽지 않는다...

로마에서 아홉 시간을 날아 대서양 건너편의 캐나다 토론토에 닿았다. 아직 최종 목적지까지는 몇 시간을 더 날아야 하지만 이 곳 스카보로 외방선교회에서 지내고 있는 형제 사제들과의 반가운 만남을 포기할 수 없어 잠깐 쉬어 가기로 했다.

스카보로 외방선교회는 토론토에 본부를 두고 영어를 쓰는 캐나다인 사제들로 구성된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남미 등지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선교회다. 이 곳 스카보로 하우스에는 몇몇의 행정 담당 신부님들과 은퇴하신 노선교사제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형제 사제와 함께 미사를 드리려 경당에 갔을 때 그 곳에는 마침 아주 연로하신 노선교사가 미사를 드리려 준비하고 계셨다. 공동 집전을 흔쾌히 허락하신 그 신부님과 또 다른 나이 드신 신부님, 그리고 우리 둘이 함께 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다.

엉성하게 차려 입으신 장백의 허리에 두르는 띠가 불편한 손으로 매여져 역시 느슨하고 엉성하게 보였고 영대는 제 2차 공의회 이전의 영대인지 색이 바래고 때가 꼬깃 꼬깃 찌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양쪽 귀에는 달팽이 모양의 보청기를 꽂고 눈에는 자동차 유리만큼이나 두꺼운 돋보기 안경이 얹혀져 있어 이제는 그 옛날 까메룬으로 선교를 떠나기 전 산뜻한 로만 칼라의 클러지 셔츠를 차려 입고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을 때의 젊음을 찾아볼 수가 없다.

미사가 시작되었고 난 그 두 분이 미사 드리는 모습을 곁눈질로 훔치며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경문을 읽는 그 힘찬 목소리며, 성체가 하늘을 향해 들어올려질 때 그 정성 가득하면서도 절제된 몸의 동작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사 내내 그 분들 영혼 안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하느님에 대한 열정이 젊은 나를 완전히 제압하고 있었다.

복음 후에는 할아버지 두 분이서 번갈아가며 강론을 주거니 받거니 하시고 또 강론 후 끝날 듯 끝날 듯 계속해서 이어지는 보편지향기도까지 미사는 마치 그 분들의 선교사제로서의 삶을 다시 한 번 주욱 펼치듯 길어졌다.

하지만 나는 그 미사 안에서 당신들의 젊음을 완전하게 하느님과 선교지의 형제들에게 봉헌한 노선교사들의 감동적인 생애를 그려볼 수 있었다.

이제 그 분들에게 남겨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남겨진 시간이 흐르고 흐를수록 그 분들의 미사는 더 생생하게 살아있는 주님을 기념할 것이다. 젊은 선교사제는 결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힘 있고 감동적이고 살아있는 미사.

마침내 그 분들이 당신들의 젊음을 맡아주신 주님 계신 곳으로 먼 여행을 떠나더라도 그 분들은 젊은 선교사제의 마음과 기억 속에 남아 한참을 더 활동하실 것이다. 그리고는 마치 분향연기처럼 기억 속에서 조차 서서히 사라져가겠지......

나는 그들의 이 세상에서의 최후를 죽음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 노 선교사는 죽지 않는다. 그 들은 다만 사라져갈 뿐이다. 바람처럼 연기처럼 서서히, 서서히, 그들은 다만 사라져 갈 뿐이다.

(이 밖에도 그 분들은 나에게 소중한 교훈 한 가지를 더 선물로 안겨 주셨다. “나는 나중에 나이 먹어도 강론은 짧게 해야지......”)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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