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빵은 도대체 왜 이렇게 거칠고 아무 맛이 없을까?"
아침 미사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다가 혼자 생각에 잠겼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커다란 빵이 있다. 거칠고 단단해서 손으로는 잘 찢어지지도 않을 정도이다.
그런데 그 빵의 또 다른 특징은 아무런 맛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들의 주식인 밥이 특별한 맛을 지니지 않은 것과 같다.
내가 다녀 본 많은 나라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공통점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주식으로 먹는 음식은 특별한 맛이 없다는 것이다. 간식이 온통 이런 저런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들의 혀를 즐겁게 하는 것이라면, 주식은 우리의 생명을 지탱해 주는 역할을 충실히 할 뿐이다.
매일 먹어야 하는 것이기에 변화무쌍한 맛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되며 한결같은 無맛의 맛으로 우리들의 혀가 아무 반응없이도 편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또한 이러한 이치와 같다.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부부와 가족들, 그리고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들 간의 관계 역시 순간적인 즐거움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삶을 유지, 보존케하는 영혼의 주식으로 서 있어야 한다.
항상 변함없는 모습으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 주어야만 상대방이 그때 그때 특별한 반응없이 자연스럽게 그의 존재를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다.
평생을 함께 가야 하는 관계일 수록, 그 만큼 소중한 상대방일 수록 더 변함없는 자기 모습을 유지한채 한 곳에 서 있어야만 한다.
몇차례 만나고 말 사람이라면 간식처럼 다양한 맛으로 상대방의 감각을 사로 잡는다지만 평생을 살아가야 할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반응하다보면 나도, 너도 곧 질리게 된다.
항상 같은 맛을 지닌 채 그의 옆에 서 있기 위해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품부해 주신 그 영혼 그대로를 상대방에게 보여주며 살아야 한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나라는 그릇에 부어주신 나의 본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본성대로 자연스레 살아가는 것이 인간관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된다.
우리들의 구원을 위하여 영혼의 양식으로 매일 매일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의 맛이 어떤가?
그 사랑의 맛이 어떤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영원히 변하지 않게 남에게 내어 주어야 할 나의 맛...... 그 변하지 않는 맛으로 오늘도 주님과 함께 너에게 바쳐지고 싶다.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