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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의 말씀] 그리움을 연에 실어 날려보낼 수 있다면... -권철호 다니엘 신부님
작성자권영화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14 조회수424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리움을 연에 실어 날려보낼 수 있다면 가을 하늘에 띄어 보내고 싶습니다. 올여름 유별난 장마와 폭우, 무더위에 지친 탓인지 가을 하늘이 더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눈물은 이전에 보이지 않던 길을 보이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의 벽 앞에 당당하게 맞설 수 없는 연약함이 만들어 내는 액체가 눈물일지 모르지만, 그 힘없는 눈물이 세상의 벽을 넘어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하는 것도 삶입니다. 어쩌면 강함과 기계적인 논리의 우수성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연약한 눈물의 의미와 가치를 깨달아 가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복음은 흔치 않은 장면을 보여줍니다. 마귀에게 시달리는 딸을 둔 여인이 필사적인 것에 반해 예수님은 너무나, 성경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야박하게 여인을 대합니다. 하지만 결국 여인의 집요함에 예수님은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예수님의 기적은 이처럼 눈물 흘리는 것밖에, 다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연약한 이들에게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적이란 사실 하느님 마음의 움직임이고, 하느님 마음은 연약하고 절박한 이들을 마주할 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는 것이 세상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성공을 꿈꾸고 부와 권력을 탐합니다. 하지만 그 강함이 좌절로 향하는 열차 편을 예약해 놓은 것일 수 있고, 그것에 연연함이 결정적 실패와 의미 없는 삶을 향한 급행열차를 타는 것일 수 있습니다. 힘 있는 사람들이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이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습니다. 기적은 하느님이 함께하는 것이고 하느님의 사랑이 머무는 곳인데, 하느님이 머물 여지를 주지 않으니 기적을 체험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이 함께하고 하느님 사랑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힘 있는 자들의 파티장이 아닌 이유입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도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곳에서는 그 어떤 기적도 행할 수 없는 무력하고 나약한 분이심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가장 약해지는 곳은 믿음이 없는 곳이고, 가장 강해지시는 곳은 당신께 믿음을 간직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해서 강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느님 없는 가장 힘든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고 상처를 스스로 자초하는 사람이며, 삶을 감사와 행복 속에 엮어 가는 것이 아니라 고독과 외로움 속에 파묻는 사람일 지 모릅니다. 가을 하늘이 그리운 것은 쪽빛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아무것도 자신을 위해 채색하지 않고 오직 하느님의 빛깔만으로 자신을 채우기 때문입니다. 힘없고 연약한 이들이 기적을 체험할 수 있는 이유 역시, 현실의 그 무엇으로도 자신을 방어할 수 없기에 하느님께 의지해 자신의 삶을 엮어가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무력함이 하느님에게는 자신의 색감을 마음껏 펼치실 수 있는 흰 도화지가 됩니다. 삶이란 눈물을 흘려야 하는 가혹한 무력함이 자리하는 곳이지만 그 나약함 속에 당신의 삶을 채색하는 하느님이 계셔서 살만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신앙은 힘없고 가난한 이들, 마음 깊은 곳에 상처를 지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희망이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됩니다.
 
 
---------------------------------------- << 머무름 >> -----------------------------------------------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
 -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사목헌장> 1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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