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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난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외적인 청빈 / 최강 스테파노신부
작성자오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15 조회수455 추천수8 반대(0) 신고
 
 
인도신부님들의 저녁파티
 

저녁 시간이 조금 늦었는데도 앞 방의 인도 신부님 방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셔 있는 것 같아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노크를 하고 방에 들어가 봤다.

방 안에는 7명의 인도 신부님들이 모여서 각자가 준비해 온 음식들, 카레밥, 닭고기 요리, 또 무슨 무슨 이름을 알 수 없는 음식들을 나누고 있던 차였다.

"무슨 특별한 날인가요?"

"아... 최 신부. 어서 오세요. 여러가지로 특별한 날이지요. 하하하"

앞 방의 인도 신부님이 다니던 대신학교 부총장 신부님이 로마를 방문한 날이었고, 또 한 신부님의 생일과 서품 기념일이 겹쳐서 파티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한다.

그들은 다짜 고짜 나를 자리에 앉히더니 플라스틱 접시에 음식을 가득 담아 준다.

후~하고 불면 금방 다 날아가버릴것 같은 카레밥... 우리가 먹는 한국식 카레와는 영 다른 진짜 인도식 카레밥은 갖가지 인도 사람들의 조미료가 가미되어서 먹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저녁을 이미 먹은 뒤인터라 듬뿍 덜어준 한 접시를 먹고 났더니 약간 현기증이 날 정도로 배가 불러왔다.

"정말 맛있네요... 난 카레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어. 그래요? 난 최신부가 향이 강한 인도 음식을 잘 못먹을 줄 알았는데..."

한 인도 신부님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손에 들린 접시에는 또 다른 인도 음식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어... 됐어요. 됐어. 이미 저녁을 먹어서 이렇게 많이는 못 먹습니다."

"못 먹겠으면 남기세요. 그럼..."

하지만 어떻게 그 분들의 소중한 잔치 음식을 버릴 수 있겠는가?

술을 따라주고 물을 따라주면서 모두들 흥겨운 잔치를 즐기고 있을때 나는 땀까지 뻘뻘 흘려가며 인도 신부님들의 정과 사랑이 담긴 음식을 먹고 있어야만 했다.

간신히 두 접시째를 다 비우고 났더니 도저히 자리에 앉아 있을 수도 없을 만큼 배가 불러왔다.

잘 먹었고 잘 즐겼다는 인사를 남기고 소화를 위해서 저녁 거리를 한참을 돌아 다녀야만 했다. 그리고 나서도 밤새 내내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으니 파티 한 번 찐하게 즐긴 셈이다.

대신학교 총장 신부님의 로마 방문을 축하하기 위해 그 신학교 출신 신부들이 각자 음식을 준비해서 벌인 파티... 음식 냄새 때문에 다른 나라 출신 신부들의 눈치를 봐가며 열었을 그 파티가 너무 감동적이다.

가난하지만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인도사람들의 낙천적인 성격을 잘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근처에 몇몇 인도 식당들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그런 식당에서 파티를 갖기에는 너무나 가난한 생활을 하고 살아가는 인도 신부님들...

지난 한 달 동안 이런 저런 약속으로 식당에서 만나 외식을 한 횟수를 생각하니 나는 너무나 사치스런 사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외적으로 드러나는 청빈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난한 마음이라지만 가난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외적인 청빈 역시 중요한 생활 자세 아닐까?

조만간 나를 초대해 준 인도 신부님들 몇몇을 불러다가 한국 라면파티를 한 번 벌려야 겠다.

난 인도 사람들과 함께 있을때면 그들의 낙천적인 성격에서 오는 행복에 전염되는 것 같은 행복을 느낀다.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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