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내가 사는 이 곳 신학원은 주일과 대축일마다
저녁 식사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이 곳에 사는 신부님들이 각자 알아서 저녁을 해결해야 된다.
매 주일, 대축일마다 밖에 나가서 음식을 사먹는 것이 부담도 되는데다가 귀찮기도 해서
가끔 한국 신부님들과 모여서 라면을 끓여서 먹는데 결국 게시판에 '절대 방에서 음식을 해 먹지 말라'는 공고가 붙고 말았다.
하긴 인도 신부님들이 모여서 카레를 먹는 날은 그 냄새가 족히 2 - 3일 동안 신학원을 진동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 출신 신부님들이 굉장히 힘들어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인도 신부님들이 카레 냄새의 심각성을, 유럽 신부님들이 치즈 냄새의 심각성을 모르듯이
나 역시 라면이 끓은때 나는 냄새의 심각성을 죽어도 못느낀다는 것이다.
멕시코 출신인 마리오 신부님이 내 방에 와서 '최신부, 라면 끓여 먹었군요?' 라는 말을 듣고서야 그 심각성을 실제로 느끼기 시작했었으니까......
이틀 전에 점심 시간을 놓쳐서 라면을 먹었었는데 그때까지도 라면 냄새가 우리 층 전체에 진동한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사람들은 자기에게 익숙해진 어떤 것들에 대해서 전혀 지각을 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해 익숙해 진다.
심지어는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동료들의 죽음에 대해서까지도 결국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무덤덤해 진다고 한다.
신앙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우리들의 생각과 말과 행위로 짓고 있는 '죄'들에까지도 익숙해 져서
내가 특별한 신경을 쓰지 않는 한 하느님과 이웃에 대해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죄'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설령 '죄'라고 인지한 뒤에도 수차례 반복해서 그렇게 행동해 왔기 때문에 그 '죄'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들의 심각성을 가볍게 외면해 버리기 쉽상이다.
뭔가에 익숙해 지고 숙련된다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더 없이 필요하고 편리한 것이긴 하지만
그럴 수록 자주 내 생각과 말과 행위를 돌아봐야 한다.
매번 고백성사때마다 '내가 모르는 죄에 대해서도 사하여 달라'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내 삶 안에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채 행해지는 죄'들은 과연 무엇들인가를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마치 라면 냄새를 잘 맡지 못하듯 잠시 눈만 감아도 과연 내게 익숙해진채 반복되는 죄들이 참 많기도 많다.
라면냄새 때문에 느낀 바가 크다.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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