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8월 23일 연중 제21주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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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8-23 | 조회수1,050 | 추천수21 | 반대(0) 신고 |
8월 23일 연중 제21주간 화요일 - 마태오 23,23-26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위선과 이중성의 극복을 위하여>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향한 예수님의 질책을 들을 때 마다 드는 느낌입니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듭니다. 바로 나를 향한 말씀이로구나, 하는 생각에 송구스럽기만 합니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습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 특히 수도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한 가지 삶의 단면입니다.
주어진 기도생활은 한 마디로 칼 그 자체입니다. 단 한 번도 빠지거나 지각하는 적이 없습니다. 윗선에서 내린 규정 역시 목숨처럼 중요시여깁니다. 미사나 기도 등 전례생활, 영적생활에 있어서 천사나 성인(聖人)이 따로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세계로 내려오면 다른 사람이 되고 맙니다. 이웃들과의 관계 안에서 생긴 한 작은 현안이 그렇게까지 목숨걸만한 일도 아닌데 단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다보면 어쩔 수 없이 생기게 되는 작은 상처 앞에 얼마나 호들갑을 떠는지 모릅니다. 끝도 없이 징징댑니다. 표독스럽게 따져듭니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집요합니다.
기도생활에 대한 투자는 대단한데 그 결실이 조금도 없습니다. 영적생활에 대한 열망은 각별한데 그에 대한 열매는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저 역시 살아갈수록 어찌 그리도 이중적인 삶을 살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중성의 극복, 위선의 극복이야말로 우리 신앙인들, 수도자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과제이자 어려운 숙제인 듯 합니다.
저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규정들을 잔뜩 만들어놓고 형제들에게 ‘철저한 준수’를 요구했습니다. 솔직히 전혀 모범도 되지 못합니다. 영적 도우미로 자격도 없습니다. 그러나 구구절절 옳은 말만 늘어놓습니다. 이런 저를 보고 얼마나 한심해할까 걱정이 앞섭니다. 이런 저를 향해 예수님께서 준엄하게 꾸짖으십니다.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그 안은 탐욕과 방종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것, 가장 본질적인 것, 가장 핵심적인 것은 뒷전인 채 별 의미 없는 부차적인 것, 껍데기, 시시한 것, 지나가는 것에 혈안이 되고 목숨을 거는, 그래서 오락가락하는 백성들을 더욱 해 갈리게 만들었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향한 예수님의 질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저 자신을 향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보다 중요한 것, 보다 가치 있는 것, 보다 본질적인 것이 지닌 두드러진 특징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비가시성’입니다. 영혼, 마음, 사랑, 정, 우정, 신앙, 진리...결국 하느님께서 그 가장 끝에 자리 잡고 계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진정 바라시는 것이 무엇일까요? 보다 중요한 것은 내적인 것이리라 저는 믿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드리는 일, 정성을 바치는 일, 우리의 영혼을 그분 향해 높이 들어 올리는 일, 그분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사랑을 조금이나마 되돌려드리는 일…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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