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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에 대한 짧은 생각] 20110825
작성자김용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25 조회수303 추천수1 반대(0) 신고
2011년 8월 25일 연중 제21주간 목요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4,42-51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밤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깨어 있으면서 도둑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이 종에게 자기 집안 식솔들을 맡겨 그들에게 제때에 양식을 내주게 하였으면, 어떻게 하는 종이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가 못된 종이어서 마음속으로 ‘주인이 늦어지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동료들을 때리기 시작하고 또 술꾼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면, 예상하지 못한 날, 짐작하지 못한 시간에 그 종의 주인이 와서, 그를 처단하여 위선자들과 같은 운명을 겪게 할 것이다. 거기에서 그는 울며 이를 갈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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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모르니 깨어 있어라는 주님의 말씀 하나를 놓고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이 엇갈립니다. 

주님은 자신의 것을 지키려 깨어 도둑의 침입을 대비하는 사람의 예를 들어 꼭 깨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는데 이 기다림의 이유는 도둑이 아닌 주인 때문입니다. 꼭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알겠으나 도둑은 자신의 재산을 빼앗아 가려 해서 지킬 이유가 있지만 주인은 자신을 다스리는 이라서 경우가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주인을 기다리는 것은 경우에 따라 도둑을 막아내는 집주인보다 그 동기가 약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님이 이 예를 드신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또한 이 기다림의 모습이 주님의 이야기에서처럼 갈라지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주님은 주인이 오실 날을 기다려야 하는 우리에게 같은 조건을 제시하십니다. 



"주인이 종에게 자기 집안 식솔들을 맡겨 그들에게 제때에 양식을 내주게 하였으면, 어떻게 하는 종이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이겠느냐?"



그리고 그 답은 둘로 갈라집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만일 그가 못된 종이어서 마음속으로 ‘주인이 늦어지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동료들을 때리기 시작하고 또 술꾼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면, 예상하지 못한 날, 짐작하지 못한 시간에 그 종의 주인이 와서, 그를 처단하여 위선자들과 같은 운명을 겪게 할 것이다."



충실한 종과 못된 종의 차이는 그 행동에서부터 받게 되는 결과까지 하나 같이 다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들을 이렇게 갈라지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대게 우리에게 의무로 주어질 때가 많습니다. 구원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사는 신앙생활이라지만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가를 지키고, 바치고 하는 의무로 표현될 때가 많습니다. 이것을 하면 이것을 받게 된다는 계산식이 정해진 것처럼 지키고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복음에서 행복하다고 말해지는 이 종은 물론 긴장해서 이 의무를 충실히 지킨 셈이 됩니다. 그러나 주인에 대한 공포나 긴장 때문에 이 종이 깨어있었다고 한다면 그에게 충실하다는 칭찬과 보상이 과연 어울리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못된 종의 이야기의 시작은 주인이 늦어졌다는 것을 보면 이 충실한 종의 경우 그런 긴장만으로 버티기에 주인의 공백은 오랜 것이어서 그 마음 만으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주인을 깨어서 기다리는 종에게는 그 주인에게 대한 두려움 외에 다른 것이 있어야 합니다. 주인이 맡긴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종에게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주인이 나를 믿고 맡겼다는 자부심도 중요하지만 그 일을 하면서 그 일이 주는 의미를 느끼고 식솔들에게 먹을 것을 내어 주고 그들이 함께 사는 것에서 행복을 느껴야 이 일은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이유가 됩니다. 오지도 않는 주인, 언제 올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한계를 넘어설 때는 그 식솔들을 돌보며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살려내려는 의지, 그리고 그 삶이 살아가는 의미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그런 이에게 주인이 온다는 것은 그 맡겨진 일에서 주인의 마음을 알게 되고 주인의 모습을 닮아간다는 뜻이 됩니다. 그에게 주인이 오는 일은 너무나 기쁘고 주인이 오더라도 자신에게 엄청난 상이 주어지는 신분의 변화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지금껏 하던 일이 평생의 삶이 되는 것으로 변화합니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주인의 모든 재산을 맡은 그에게 변화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그 사랑하는 이들과의 삶이 영원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주인을 두려워하고 긴장하며 사는 이에게 주인이 올 시간의 공백은 그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그저 의무로만 주어진 식솔들은 자신을 귀찮게 하는 짐과 같을 뿐입니다. 그런 그에게서 곡식을 받게 되는 식솔들의 삶은 자신 앞에  무릎 꿇고 항상 비굴해야 하는 비천한 이들로 보일 뿐이고, 그것은 같은 주인 아래의 종이라는 생각에서 상대적으로 높아진 자리에 그를 앉게 합니다. 

사랑은 없고, 지배가 남습니다. 그는 주인의 자리에 앉기를 좋아하게 되고 그 자리가 자신의 것인냥 여기며 동료든 식솔이든 모두를 발 아래 두고 자신의 즐거움은 다른 곳에서 찾으려 합니다. 자신이 다른 이들과 같다는 사실은 잊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결국 그의 삶의 즐거움은 주인의 자리에 있을 때만 누릴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주인이 왔을 때 그 주인이 한 일은 그가 누린 착각과 거짓의 삶을 바로 잡는 일이었습니다. 



"위선자들과 같은 운명을 겪게 할 것이다."



빼앗은 것이 아니라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입니다. 벌을 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원래 모습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주인이 한 일에 대해 이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거기에서 그는 울며 이를 갈 것이다."



주인에게서 동일한 의무를 받은 종이 둘로 갈라지는 이유는 주인이 있고 없고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일을 하며 주인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며, 그 맡은 일에서 의무로서가 아니라 삶의 이유를 찾아낸 이가 착한 종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일을 일로서만 여기고 대신 자신이 맡아 있는 자리를 자신을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고 주인의 위세만 탐하며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자신의 것으로 가지려 한 이가 못된 종이 된 것입니다. 


주인의 자리는 이 두 종에게 원래부터 없었던 것이며 주인이 떠난 뒤에도 그들의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또한 주인이 돌아왔을 때 주인의 것이었던 모든 식솔들은 원래 주인을 만난 것 뿐이며 어느 종도 빼앗기게 된 적이 없다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못된 종에게 주님은 위선자와 같은 운명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착각과 거짓말의 위선자에게 주어지는 벌은 지옥불의 뜨거움에 앞서 자신의 자리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됨을 알아야 합니다. 원래 없던 것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고 원래 주인을 미워하는 그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벌 속에서조차 놀라운 모습으로 자리합니다. 



"거기에서 그는 울며 이를 갈 것이다."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의 자리에 서서 주인의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은 새겨야 할 것입니다. 원래 주인이 오시면 우리에게 남는 것이 무엇이건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사실말입니다. 주인처럼 백성을, 세상을 사랑한다면 그 삶이 영원할 것이고 주인인척 거짓으로 자신을 꾸미고 누리고 살았다면 반성조차 할 수 없는 억울함과 분노와 시기와 질투로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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