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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깨어있음의 훈련 - 8.25,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25 조회수572 추천수5 반대(0) 신고

2011.8.25 연중 제21주간 목요일

1테살3,7-13 마태24,42-51

 

 

 

 

깨어있음의 훈련 

 

 

종파를 초월해 모든 구도자들의 공통목표는 깨어있는 삶입니다.

 

지금 여기 깨어 살 때 지금이 영원이요 축복임을 깨닫습니다.

과연 지금 여기서 깨어 영원한 현재의 행복을 사는 이들은 얼마나 되겠는지요.

‘깨닫다’ ‘깨어나다’ ‘깨다’ ‘깨어있다’

모두 같은 맥락 안에 있는 말들입니다.

아침 성무일도 시 다음 구절도 반가웠습니다.

 

“깨어나라, 나의 영혼아. 깨어나라, 수금과 비파야.

  나는 새벽을 깨우리라.”(시편57,9).

 

새벽을 깨워 깨어있는 영혼으로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들입니다.

문득 25년 전 대구신학교 부제 반 편입시험 면접 당시

두 교수님의 눈빛을 잊지 못합니다.

그렇게 샛별처럼 영롱하게 빛나던 눈빛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습니다.

 

도저히 눈이 부셔서 교수님을 직면할 수 없었습니다.

신학생들의 사랑과 신뢰를 한 몸에 받았던

이홍근 신부님과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박석희 주교님이십니다.

 

“아, 깨어있는 분들이구나.”

 

직감적인 느낌이었습니다.

깨어있음은 살아있음이요 비어있음입니다.

살아있다고 다 살아있는 게 아니라 진정 깨어 비어있을 때

살아있다 할 수 있습니다.

 

깨어있음은 빛입니다.

밤하늘 어둠 중에 빛나는 별들,

어둔 아침 청초하게 피어난 꽃빛들 모두가 깨어있음의 생생한 표지들입니다.

 

깨어있을 때 몸도 마음도 빛으로 가득하여 심신의 건강이요

어둠의 유혹도 들어오지 못합니다.

탐욕, 분노, 무지, 나태 등 모든 악덕들은 깨어있지 않을 때

우리를 점령하여 몸과 마음을 어둡고 무겁게 합니다.

 

희망이 깨어있게 합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희망은 깨어있네’라는 시집의 제목에

전폭적으로 공감합니다.

희망의 빛, 깨어있음의 빛입니다.

희망의 빛이 절망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복음의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처럼 막연한 깨어있음이 아니라

희망의 주님을 깨어 준비하며 기다리는 우리들입니다.

 

“깨어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늘 깨어 지금 여기의 영원을 사는 것이

우리 영성생활의 유일한 목표입니다.

 

“그러니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는 종이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주님께 희망을 두고 깨어 기다리고 준비하며 지금 여기를 사는 이들이

진정 행복한 사람들이요, 살아있는 사람들이요, 매력적인 사람들입니다.

깨어있는 형제는, 깨어있는 공동체는 진정 축복입니다.

형제들의 믿음과 사랑의 격려가 우리를 깨어있게 합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형제들의 도움 없이 평생을 깨어 산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도 바오로 일행이 깨어 살 수 있었던 것도

공동체의 믿음의 격려와 사랑의 위로 덕분이었을 봅니다.

 

“우리는 이 모든 재난과 환난 속에서도 여러분의 일로 격려를 받았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믿음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다고 하난 우리는 이제 살았습니다.”

 

공동체 형제들의 믿음의 격려가 참 고맙습니다.

깨어있음 역시 평생 훈련이요 노력이요

하여 끊임없이 공동전례기도를 바치는 우리들입니다.

매일 매순간 설레는 마음으로 깨어 주님을 기다리는 이들은 행복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공동전례기도를 바칠 때 축복입니다.

깨어 비어있을 때 저절로 솟아나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요,

끊임없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가 저절로 우리를 깨어 비우게 합니다.

이런 매일, 규칙적이고 끊임없는 깨어있음의 공동훈련이

우리를 깨어살게 합니다.

 

사랑 역시 우리를 깨어살게 합니다.

사랑은 생명이요 빛입니다.

사랑과 함께 가는 깨어있음에 살아있음입니다.

테살로니카 교회 형제들뿐 아니라

우리들의 사랑을 북돋아 깨어 살게 하는 바오로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여러분이 서로 지니고 있는 사랑과 다른 모든 사람을 향한 사랑도,

  여러분에 대한 우리의 사랑처럼 주님께서 더욱 자라게 하시고

  충만하게 하시며, 여러분의 마음에 힘을 북돋아 주시어

  우리 주 예수님께서 모든 성도들과 함께 재림하실 때,

  여러분이 하느님 우리 아버지 앞에서 흠 없이 거룩한 사람으로 나설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사랑과 더불어 기쁨이 우리를 깨어살게 하고,

마침내 흠 없이 거룩한 사람으로 주님 앞에 나설 수 있게 합니다.

기쁨의 빛 앞에 사라지는 우울의 어둠입니다.

기쁨으로 충만한, 깨어있는 바오로의 고백입니다.

 

“우리가 여러분 덕분에 우리의 하느님 앞에서 누리는 이 기쁨을 두고,

  하느님께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하겠습니까?”

 

하느님 앞에서 누리는 이 기쁨이,

이 성체성사의 기쁨이 우리를 깨어살게 합니다.

늘 깨어계신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 향한 믿음, 희망, 사랑이,

하느님 앞에서 누리는 이 기쁨이 우리를 깨어

지금 여기서 영원한 현재를 살게 합니다.

 

오늘 화답송 후렴입니다.

“주님, 당신 자애로 저희를 채워 주소서. 저희가 기뻐하리이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깨어 비어있는 우리를

당신 자애로 가득 채워 주시어 기쁨의 하루를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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