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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룩한 삶, 슬기로운 삶 - 8.26,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26 조회수357 추천수6 반대(0) 신고

2011.8.26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1테살4,1-8 마태25,1-13

 

 

 

 

 

거룩한 삶, 슬기로운 삶

 

 

 

제일 힘든 게, 어찌 보면 수도생활보다 힘든 게 부부생활 같습니다.

 

평생을 잘 사는 부부들을 보면 참 거룩해 보이고 존경스럽습니다.

며칠 전 수녀원을 방문해 수녀님의 다음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부부생활은 순교입니다.

  평생을 한 사람에게 충실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부부생활에 왕도는 없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늘 제자리 같은 부부생활이요

오히려 나이 들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으니 정말 순교적인 삶입니다.

모처럼 하루 휴가를 낸 날,

수녀원의 방문에 이어 예고 없이

문방구를 하는 제 여동생 부부를 방문했습니다.

방문하여 약 2시간 동안 이야기 나누는 동안

여동생 부부의 일하는 모습도 살펴봤습니다.

 

부지런하고 검소하게 문방구점을 운영하여

두 딸 중 큰 딸은 대학원까지 작은 딸은 대학까지 가르쳤습니다.

지금도 매일 아홉시 까지 부부가 출근하여

여동생은 오후 5시에, 남편은 7시에 퇴근 하며,

점심은 식사량이 많지 않기에

5천 원짜리 1인분에 밥 1공기를 시켜 함께 먹는다 합니다.

참 알뜰한 부부입니다.

동생은 '미카엘라'이고 남편은 '미카엘'로

천생연분의 신심도 깊은 부부입니다.

 

‘아, 출근하면 문방구에서, 퇴근하면 집에서

 어떻게 24시간을 숨 막힐 것 같은 공간에서 거의 함께 지낼 수 있을까’

 

경이로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참 거룩하고 슬기로운 부부입니다.

더불어 저절로 떠오른 생각도 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푼돈을 벌면 돈 모으기도 어렵고 돈 쓰기도 정말 주저되겠다.

 도저히 돈 헤프게 쓸 수 없겠구나.

 몇 만원 미사예물도 참 큰 봉헌이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평화롭게 함께 일하는 여동생 부부의 모습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은 오후였습니다.

오늘 강론 주제는 ‘거룩한 삶, 슬기로운 삶’입니다.

거룩한 삶은 슬기로운 삶입니다.

오늘 복음의 슬기로운 사람과 독서의 거룩한 사람이 잘 연결됩니다.

 

“하느님의 뜻은 바로 여러분이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더러움 속에서 살라고 부르신 것이 아니라,

 거룩하게 살라고 부르셨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말씀입니다.

거룩한 삶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에 있습니다.

결혼한 부부들은 부부들대로, 수도자들은 수도자들대로

불림 받은 제자리에서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살 때

거룩한 삶, 슬기로운 삶입니다.

 

오늘 복음의 열처녀 비유 중 슬기로운 다섯 처녀와 어리석은 다섯 처녀가

좋은 가르침을 줍니다.

과연 나는 어느 편에 속해 있는 가 성찰하게 합니다.

유비무환입니다.

 

슬기로운 처녀는 등잔에 기름을 충분히 마련하여 준비하고 있다가

신랑이 오자 함께 혼인잔치에 들어갔지만,

기름이 부족했던 어리석은 처녀들은 혼인잔치 입장이 좌절되었습니다.

 

여러분 삶의 등잔에 기름은 어느 정도인지요?

 

“‘주인님, 주인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하고 청하였지만,

  그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늘 지금 여기서 내 삶의 등잔의 기름은 충분한지 살펴봐야 합니다.

아버지의 뜻을 행함이 바로 삶의 등잔의 기름입니다.

마태복음 산상수훈의 끝부분(마태7,21-27)에 그 열쇠가 있습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아버지의 코드에 맞춰 아버지의 뜻대로 사는 사람이

진정 슬기롭고 거룩한 사람입니다.

산상수훈에서 가르쳐주신 아버지의 뜻과는 아랑곳없이

제 좋을 대로 살았던 어리석은 이들에 대한 주님의 말씀이

그대로 어리석은 처녀들에 대한 주인의 말과 닮았습니다.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내게서 물러들 가라. 불법을 일삼는 자들아!”(마태7,23).

 

아버지의 뜻을 실행함으로

반석위에 집을 지은 슬기로운 사람을 닮은 복음의 슬기로운 처녀들입니다.

아버지의 뜻을 실행함으로 삶의 등잔에

늘 믿음과 사랑, 희망의 기름 가득했던 슬기로운 처녀들이었습니다.

 

반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지 않아 삶의 등잔에 기름이 부족했던

모래위에 집을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은

오늘 복음의 다섯 어리석은 처녀들이었습니다.

 

항구히 아버지의 뜻을 찾고 실행할 때 슬기로운 사람이요 거룩한 사람입니다.

멀리 있는 아버지의 뜻에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에서 눈만 열리면 발견되는 아버지의 뜻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우리 모두 복음의 슬기로운 처녀들처럼

믿음, 희망, 사랑의 기름 등불 켜들고 있다가

좋으신 주님을 맞이하는 복된 시간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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