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권태원 프란치스-
떠나간 야간열차를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기차도 더러는 침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사랑도 떠나간 기차처럼
서로 포기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이미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는 처서입니다.
가을비가 내리면 당신이여, 다른 사람에게 눈물을 보이지 마십시오.
당신이여, 결코 인생의 절벽 위를 무릎으로 걸어가지 마십시오.
지금, 여기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과 용서의 메시지입니다.
올해도 가을비로 내리는 나의 사람아.
시 나그네, 음악 나그네 한 사람이 술에 취해
고요한 강가에 엎드려 있습니다.
연어 한 마리가 나그네의 가슴에
뜨겁게 산란을 하고 있는 풍경이 아스라히 보입니다.
울지 마십시오. 인생을 눈물로 가득 채우지 마십시오.
살아갈수록 사랑하는 당신이여. 내가 사랑할 때가 언제인가를,
내가 포기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가을비가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 사이로 내리고 있습니다.
눈을 떠보니 이미 살아갈 날들까지 길은 다 끊어집니다.
사랑이 깊으면 알게 모르게 증오도 깊어집니다.
가을비 사이로 밤열차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느새 피리소리는 끊어지고 바람소리만 들리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이여.
쓰러지지 않아야 인생의 뿌리는 흔들리는 바람에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나 자신의 적인 나 자신을,
나 자신의 절망과 고통인 나 자신을
오늘 하루만이라도 진실로 용서하고 싶습니다.
내 몸과 영혼으로 당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여자가 남자에게 서로서로 완전한 사랑을 이루고 싶습니다.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생각한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미움이 끝난 뒤에도 다시 나를 미워한 것은
늘 그 자리에 있던 것을 떠나간 잘못이었습니다.
나는 아직도 그 누구의 발 한 번 씻어주지 못했습니다.
세상을 기댈 어깨 한번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사실상 더 어려웠음을 이제야 고백합니다
♬~ 모짜르트/라우다테 도미눔 외 - 루치아 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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