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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
이미경
작성일
2011-08-31
조회수
1,082
추천수
22
반대
(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1년 8월 31일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To the other towns also
I must proclaim the good news of the Kingdom of God,
because for this purpose I have been sent.
(Lk.4.43)
제1독서 콜로새 1,1-8
복음 루카 4,38-44
오늘은 어제 있었던 부끄러운 일 하나를 고백하며 시작합니다.
어제 사무실 여직원이 제게 종이 한 장을 건네줍니다. 그리고 이 종이는 다름 아닌 교통위반 범칙금 통지서였습니다. 제가 무슨 교통법규를 위반했는지 보니 버스전용차선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버스전용차선을 위반한 적이 없다고 자신했거든요.
그래서 자세히 통지서를 살펴보니, 위반된 차는 제 차가 아니라 성소국에서 운영하는 승합차였습니다. 또 날짜를 보니 제가 운전한 것이 맞습니다. 문제는 저의 운전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위반인지를 모르겠다는 것이었지요.
고속도로에서 보면 버스전용차선에는 사람 6명 이상만 타면 9인승 승합차도 다닐 수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시내에서도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하고 떳떳하게 버스전용차선에 들어갔던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시내의 버스전용차선에는 35인승 이상의 버스만이 다닐 수가 있다고 하네요.
잘못 알고 있었으니, 교통위반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떳떳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위반 범칙금 6만원을 지불했습니다. 그러나 6만원으로 몰랐던 사실 하나를 배우게 되어 다행이다 싶기도 하네요.
모르기 때문에 틀린 것도 틀린 줄을 모릅니다. 모르기 때문에 모두가 다 인정하는 것을 혼자서 부정할 수도 있습니다. 모르기 때문에 하지 않을 수 있는 실수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모르는 것은 죄가 되지 않지만,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죄가 된다고 말하지요. 제가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시몬의 장모가 심한 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해 줍니다. 이 구절을 보면서 이 심한 열병이 혹시 ‘화병’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사위인 시몬 베드로는 가정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쫓아서 이 고장 저 고장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지요. 이 떠돌이 생활을 통해 온갖 부귀영화를 얻는 것도 아니지요. 이러한 사위를 보고서 화가 안 났을까요? 사위의 인품을 보고서 딸을 맡겼을 텐데, 딸과 가정을 버리고 예수님만을 따르고 있으니 저 같아도 화병이 났을 것 같습니다. 특히 예수님에 대해 잘 모르니 지금 하고 있는 사위 베드로의 모습이 옳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예수님을 만납니다. 그리고 시몬의 장모는 그제야 예수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리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한 것이 무엇입니까? 바로 예수님과 그 제자들의 시중을 들지요. 그들의 선택이 옳은 것임을 이제야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르면 실수하기가 더 쉬우며, 얻을 수 있는 것도 얻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을 모르면 그만큼 힘들게 이 세상을 살 수밖에 없으며, 내가 얻어야 할 것을 얻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지도 모릅니다.
주님을 알기 위해 노력합시다. 그래야 주님을 내 안에 모시고, 주님께 최선을 다해 시중드는 제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운명보다 강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운명에 동의하지 않고 짊어지고 가는 용기이다.(E. 가이벨)
상대방에게 기준을 맞추는 앎
낚시 싫어하는 저로써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 왜 물에 들어갈까요?
전에 본당 신부로 있을 때, 어떤 형제님의 하소연을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친한 사이로 지냈던 옆집 교우와의 마찰로 힘든 점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는가를 제게 이야기해주시는데 그 말에 깊은 공감이 갔으며, 그 옆집 교우가 큰 잘못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지 얼마 후 이번에는 그 옆집의 교우분이 저를 찾아와 상담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분 역시 먼저 저를 찾아온 형제님과의 관계 때문에 상담을 요청하신 것이었지요. 그리고 이분의 말을 듣는데 이분의 말씀에 틀린 것이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즉, 먼저 저를 찾아온 형제님이 잘못한 것이지, 이분은 아무런 잘못이 없더라는 것이지요.
어떻게 된 것일까요? 두 분의 말씀을 모두 들은 결과 잘못이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더라는 것이지요. 문제는 자기는 옳은데 남은 틀리다는 생각에, 둘 다 잘못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에게 기준을 맞춘 앎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기준을 맞추는 앎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앎만이 다툼과 분쟁에서 벗어나 진정한 사랑에 기초한 만남을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입니다.
Silence- Eri Sug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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