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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1일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01 조회수775 추천수17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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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연중 제22주간 목요일-루카 5장 1-11절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이 시대 깊은 곳>

 

 

    우리나라에 하도 낚시꾼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싹쓸이 어업 탓인지 바다에 고기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농부들에게 풍년이 들듯이 과거 어부들에게 풍어기가 있었습니다. 얼마나 고기를 많이 잡혔는지, 배가 너무 무거워 천천히 항구로 돌아 와야 했습니다.

 

    의기양양한 구릿빛 피부의 어부들은 만선을 표시하는 깃발을 자랑스럽게 달고 귀항했습니다. 조기가 잘 잡히던 시절, 서해 어떤 섬에서는 강아지들도 만 원짜리를 입에 물고 다녔다는 이야기도 전해옵니다.

 

    고기, 요즘은 웬만해서 잡기도 힘듭니다. 특히 물이 얕은 곳, 근해, 갯바위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잔챙이들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어선을 타고 2시간, 3시간 달려 나가보십시오. 바닷물의 깊이가 50m, 60m입니다. 거기서 잡혀 올라오는 고기는 정말 근해에서 잡히는 고기와는 게임이 안 됩니다. 5-60cm는 기본이고, 1m짜리 고기도 쑥쑥 올라옵니다.

 

    물론 그 깊은 곳은 안전한 방파제나 항구에 비해 수심도 엄청나게 깊을뿐더러 무척이나 위험합니다. 악천후라도 만나게 되면 무섭게 일렁이는 파도에 배가 흔들려 전문직 어부들도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노력의 결실은 얕은 곳의 결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풍성하고 대단합니다. 깊은 곳은 대어로 득실거립니다. 제대로 된 어업을 펼칠 수 있는 장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깊은 곳’ 그리고 오늘 우리가 그물을 던져야 할 깊은 곳은 어디일까요? 당연히 들어가기가 부담스러운 곳, 위험한 곳, 썩 내키지 않는 곳입니다. 불량청소년들이 둥지를 트고 있는 밤거리입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소년원과 교도소입니다. 고통과 신음, 체념과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중환자실입니다. 그러나 그곳이야말로 대어들로 득실거리는 깊은 곳이 분명합니다.

 

    또 다른 가기 싫은 두려운 곳, 그래서 깊은 곳이 있습니다. 나와 사사건건 맞지 않는 사람들, 나와 서로 심각한 상처를 주고받은 사람들, 다가서기 결코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 또 다른 깊은 곳입니다.

 

    알량한 자존심 기꺼이 버리고, 진심으로 그들에게 다가설 때, 어떻게 보면 나는 한 걸음 크게 나아가는 것입니다. 어렵지만 나와 다른 그와 소통하고 교류함을 통해서 내 인생의 지평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결국 내가 크게 성장하는 것입니다.

 

    삼십 몇 년간 교회를 등지고 살아왔던 한 형제를 위해 오랜 시간 화해성사를 집전하신 한 원로 신부님에 “오랜만에 제대로 된 대어 한 마리 낚았다.”며 만면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오늘도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를 향해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설 것을 요청하십니다. 얕은 물에서가 아니라 깊은 물에서 놀 것을 요구하십니다.

 

    탐욕과 야심으로 가득 찬 세상의 그물을 내려놓고 진정한 행복과 참 삶의 기쁨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예수님의 그물, 생명의 그물을 치기 위해 깊은 곳으로 나아갈 것을 바라고 계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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