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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1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 송영진 모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01 조회수574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22주간 목요일>(2011. 9. 1. 목)(루카 5,1-11)

 

<부르심>

 

9월 1일의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어부들을 제자로 부르시는 장면입니다.

즉 베드로, 야고보, 요한을 제자로 부르시는 장면입니다.

(루카복음에는 안드레아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고 있지만

그 자리에 안드레아도 있었을 것입니다.

다른 복음서에는 이 장면에 안드레아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들을 호수에서 처음 보신 것도 아니고,

또 보자마자 제자로 부르신 것도 아닙니다.

루카복음에서는 이 장면 앞에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회당에서 설교를 하시는 장면이 있습니다(루카 4,31).

제자들은 당연히 그 설교를 들었을 것입니다.

 

또 예수님은 회당의 집회가 끝난 다음에 베드로의 집으로 가셨습니다.

(베드로의 집이 예수님의 숙소였거나,

아니면 베드로가 예수님을 식사에 초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의 집이 예수님의 숙소였든지,

아니면 식사 초대를 받아서 베드로의 집으로 가신 것이었든지 간에

예수님과 베드로는 이미 상당히 친밀한 관계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베드로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 있었고,

예수님께서 그 부인을 고쳐 주셨습니다(루카 4,38-39).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제자로 부르신 일은

그런 일들이 있고 나서 좀 시일이 흐른 뒤입니다.

 

요한복음을 보면 세례자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예수님을 소개했고,

그때 예수님을 따라간 두 사람 가운데 하나가 안드레아였고,

안드레아가 베드로를 예수님에게 데리고 간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요한 1,35-42).

 

이런 내용들을 모두 종합해서 생각하면,

예수님께서 어부들을 제자로 부르시기 전에 이미 그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여러 번 들었고, 또 많은 만남이 있었습니다.

처음 만나자마자 부르시고, 부르심을 받자마자 따라나선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정식으로 예수님을 따라나서기 전에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복음 말씀의 내용을 보면

예수님께서 시몬(베드로)의 배를 선택하셔서

그 배에 앉아서 호숫가에 있는 군중을 가르치십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배를 선택하시고,

그 배에 앉아서 사람들을 가르치셨다는 것은 상징적입니다.

 

베드로의 배를 선택하신 것은

나중에 베드로를 교회의 반석으로 삼으신 일과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베드로의 배'가 교회를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군중이 떠난 다음에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고기를 잡으라고 하십니다.

'깊은 데' 라는 말에 어떤 상징적인 뜻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네가 고기를 잡았던 곳이 아닌 다른 곳,

즉 내가 지시하는 새로운 곳으로 가서 고기를 잡아라.' 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스승님'이라고 부르면서 그 지시에 복종합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말씀에 복종하는 제자의 태도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런 지시를 하신 것은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이 어떤 분이신지를 보여주기 위한 기적입니다.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물고기를 많이 잡은 후에

베드로는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깨닫게 되고,

그래서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르면서 예수님 앞에 엎드리게 됩니다.

예수님이 단순히 사람들을 가르치기만 하는 랍비가 아니라

하느님의 초자연적인 권능을 지니신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의 두려움은 예수님이라는 분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이 두려움이 '무서움'이나 '공포심'은 아닙니다.

하느님의 초자연적인 권능 앞에서 인간들이 느끼는 경외심과 같은 두려움입니다.

(베드로와 제자들은 제자가 된 후에도 여러 번

예수님의 권능에 놀라고 두려워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바람과 파도가 예수님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을 보았을 때...)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라는 베드로의 말은

진짜로 떠나 달라는 뜻이 아니라

예수님의 권능에 압도되어서 움츠러들면서도

예수님을 따르고 싶어 하는 베드로의 복잡한 심정을 나타내는 반어법적인 표현입니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라는 말도 진짜로 자기가 죄인이라는 뜻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겸손하게 고백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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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과 베드로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섭리'입니다.

또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제자로 삼으신 것은

그에게 그만한 자질과 자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진정한 스승이며 주님이신 분을 기다리고 있었고,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후에 안드레아가 베드로에게 가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요한 1,41)."

이 말은 '우리가 기다리고 있던 메시아를 드디어 만났다.' 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그들은 나타나엘처럼(요한 1,470-8) 기다리면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부르심은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성모 마리아가 하느님의 특별한 선택을 받게 된 것은

이미 선택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제자로 부르시고,

그를 교회의 반석으로 삼으신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예수님께서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어떤 어부를

일방적으로 제자로 삼으신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르심', 즉 '성소'는

그 부르심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만 내리는 응답이고, 은총입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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