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신경이 아주 예민한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는 늘 불안하고 우울하고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만나는 사람은 누구나 그가 신경과민이라며,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는 그들을 원망하기도 하고, 그 말에 동의하기도 하면서, 정말 달라지고 싶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도무지 달라지지 않는다고 고백했습니다. 그가 제일 속상했던 건 친한 친구마저 그렇게 이야기했을 때라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장 친한 그 친구가 “달라지지 않아도 돼. 지금 그대로 있어. 네가 달라지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난 그저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있어.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이라고 말했습니다. 친구의 말은 끊임없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달라지지 않아도 돼. …난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있어….’ 그 후 그는 활발해졌고, 몰라보게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는 자신이 그 어떤 모습일지라도 변함없이 자신을 사랑해 줄 그 누군가를 발견하기 전에는 자신이 달라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예수님의 비유는 지금 우리에게 새롭게 변화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바로 조금 전 이야기에서처럼 우리가 달라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상관없이 누군가가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이가 진정 아무도 없을까요? 아닙니다. 분명 하느님께서는 나를 끔찍이 사랑하십니다. 지금 내 곁에 그토록 많은 이들을 보내주셨고, 그들을 통해 당신의 사랑을 쉴새 없이 보여주고 계십니다.
이 사실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변할 수 없습니다. 아니, 변해야 하는 이유를 느끼지도 알지도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우리를 한없이 사랑하시고, 그분께서 허락하신 이들이 나와 함께 사랑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만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장세창 신부(대구대교구 대봉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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