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9월 4일 연중 제23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
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9-04 | 조회수709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9월 4일 연중 제23주일 - 마태오 18,15-20
“그가 네 말을 들으면 네가 그 형제를 얻은 것이다.”
<사랑을 배경으로 한 형제적 충고>
수감된 형제들, 그리고 소년원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절실히 다가오는 한 가지 느낌이 있습니다. '저렇게 정이 많고 마음씨 착한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하는 느낌입니다. '저렇게 순박하고 의리 있는 아이들이 과연 무슨 일로…' 하고 의구심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지요. 다들 어찌 그리 단순한지 모릅니다. 다들 어찌 그리 잘 생겼고 또 어찌 그리 마음 씀씀이가 관대한지 모릅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욱' 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입니다.
담장 바깥에 있는 우리 역시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나 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성격적 결함 중 하나가 한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렇게도 스스로를 잘 조절해 나가다가도 단 한번에 점수를 다 깎아먹습니다. 평소에 그리도 여유있어 보이고 유유자적하던 우리지만 단 한순간에 내적 상태가 돌변하는 체험을 하지요. 딱 1분만 참았어도 되는데 그 순간을 못 넘깁니다.
한번 비위가 상하고 마음이 틀어지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됩니다.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면서 얼굴은 즉시 싸늘한 냉기를 띱니다. 머리 위에서는 연기가 무럭무럭 나는 느낌입니다. 라면이라도 끓일 수 있을 정도로 열을 받습니다.
그런 상태는 분명히 비정상 상태이지요. 그런 상태에서는 지능지수가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르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무조건 입 꼭 다물고 시간을 버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걸 또 우리는 못합니다. 그리고는 결국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말, 주워 담지 못할 말을 내뱉게 됩니다. 주변에 누가 있건 없건 상관하지 않습니다. 평소에 따놓은 점수를 완전히 다 까먹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런 우리 인간들의 약점을 잘 간파하고 계셨기에 '뚜껑이 왕창 열리는' 긴박한 상황 앞에서도 한 박자를 늦출 것을 요구하십니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우선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근차근 논리적, 단계적, 이성적으로 접근할 것을 요청하고 계십니다.
아무리 나를 핍박하는 사람, 내게 몹쓸 말을 하는 사람, 기본이 안 된 사람, 눈꼴사나운 사람, 덜 되먹은 사람, 한마디로 '싸가지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분개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일단 목소리부터 가다듬어야겠지요. 심호흡을 몇번 하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면 좋습니다. 최대한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대화를 시작하면 좋습니다. 그것도 조용히, 그리고 개인적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차분하게, 그러나 솔직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정말 이 순간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지요. 상황을 피하지 않고 직면할 수 있는 용기, 참으로 소중한 덕입니다.
이웃의 부족함이나 약점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직면하는 노력, 이보다 더 큰 형제애는 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이웃이 지닌 한계를(특히 스스로 바라보지 못하는 취약점) 정확히 바라볼 수 있도록 지적해주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형제에게 충고하는 과정에서 미성숙한 대화기법이나 대화 문화로 많은 경우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성숙한 대화 문화, 바로 예수님의 대화기법이 필요한 것입니다. 논리적이면서도 단계적, 이성적 접근, 진정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경으로 한 형제적 충고가 필요한 것입니다.
공동생활에서 상처는 필연적이라고 보면 정답입니다. 괴로운 것이 상처지만 결국 상처를 통하지 않고서는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공동체에서 받는 상처는 상호성장의 장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상처는 상호 성화를 실현하는 장입니다. 성령께서는 상처와 고통을 당신 활동 장소로 선택하십니다.
돈보스코 성인의 당부를 이번 한 주간 묵상거리로 삼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이제 우리 혀를 하느님께 봉헌했으니 더 이상 우리 것이 아닙니다. 형제를 다치게 하는 말, 형제 가슴에 비수를 던지는 말은 더 이상 하지 말도록 합시다. 우리 혀는 이제 봉헌된 혀이니 매일 주님께 찬미 노래를 드립시다. 앞으로는 우리 혀로 거룩한 말씀만을 선포합시다. 격려와 위로의 말만을 사용합시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