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9월 5일 연중 제23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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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9-05 | 조회수749 | 추천수14 | 반대(0) 신고 |
9월 5일 연중 제23주간 월요일-루카 6장 6-11절
"손을 뻗어라."
<뜻밖의 선물로 오신 당신>
언젠가 화상으로, 또 사고로 손이 오그라든 사람들을 뵌 적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의외로 큰 어려움을 겪고 계시더군요.
무엇보다도 내적, 심리적 위축이 큰 것이더군요. 저는 상대방의 그런 상황도 모르고 반가워서 악수를 청했는데 한참을 머뭇거리시며 굉장히 난처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그러니 사람 만날 때 마다 얼마나 망설여지고 또 난감하겠습니까?
같이 식사를 하는데 아무 불편 없이 젓가락질을 하는 저, 그래서 가는 깻잎이든, 김이든, 콩자반이든 무엇이든 척척 집어먹는 저에 비해서 그분의 식사는 얼마나 힘겨웠는지 모릅니다. 그분의 불편함을 바라보며 아무 문제가 없는 두 손 가진 것만 해도 큰 축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사람도 손이 오그라들어있습니다. 오그라든 손으로 인해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갖은 고초가 손에 잡힐 듯이 선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 회당 안에는 손이 오그라든 사람보다 더 문제가 심각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마음이 오그라든 사람들, 다시 말해서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마음은 얼마나 오그라들었던지 모릅니다. 정말 쫀쫀했고 또 쪼잔했습니다.
밥 먹고 고작 하는 일이 예수님 뒤를 캐는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사건건 챙겨가며 간섭하며 그렇게 예수님을 따라다니고 있었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손을 뻗어라."고 외치신 대상은 손이 오그라든 사람보다 마음이 오그라든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었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손을 뻗어라."고 외치신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뭐 그렇게 내면이 꼬이고 꼬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뭐 그렇게 불만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다지도 이웃들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모르겠습니다. 때로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려고 기를 쓰는 모습이 율법학자나 바리사이 저리가라입니다. 이런 나를 향해 던지신 예수님의 외침이 바로 "손을 펴라."인 것입니다.
너무나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된 손이 오그라든 사람의 인생을 묵상하며 드는 생각입니다. 인간만사 계속 죽어라죽어라 하지만은 않습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습니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화사한 봄날이 찾아옵니다. 기나긴 장마와 혹서가 지나니 이렇게 선선하고 청명한 가을하늘이 찾아오지 않습니까?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그랬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나 했었는데 기적처럼 예수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오랜 기다림의 끝에 예수님을 만나는 행운을 손에 넣게 됩니다.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오늘 비록 우리의 나날이 무척이나 암담하다 할지라도 언제 상황이 '짠'하고 바뀔지 모르는 것입니다. 오늘 기상 악화로 파도가 넘실대어 발이 꽁꽁 묶여있다 할지라도 기다리다보면 반드시 배를 띄울 때가 찾아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며, 늘 희망하며, 그래도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주님께서 친히 찾아가실 것입니다. 다정한 위로의 말씀, 너무나 감지덕지한 생명의 말씀을 건네실 것입니다.
"손을 뻗어라."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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