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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는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최강 스테파노신부
작성자오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07 조회수670 추천수8 반대(0) 신고

 

우연의 일치였을까?

빨리 학교가 개강을 하든지 해야지 이건 사람사는 맛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미사와 기도 그리고 식사 시간을 빼면 하루 종일 두 평 남짓한 방에서 뭘 하면서 보내는지 내가 생각해도 대단하다.

급기야 오늘 아침 식사 시간에 아직 언어 학원을 다니고 있는 콜롬비아 신부님들이 '최신부, 우리처럼 학교도 안가고 그렇다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하루 종일 실업자네... 실업자...'하며 놀려댔다.

"나도 며칠 후부터는 다시 학생 된다니까... 그때 생각해서 좀 푹 쉬어야 겠다는 판단을 한건데 뭘... 그리고 오늘은 나도 나가요. 나가! 서품식 있어서 나간다고..."

며칠 전 한국 수사님 한 분이 부제 서품을 받는 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오늘은 서품식에 가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뭐... 그 수사님한테 직접 초대를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할 일이 있는것도 아니고...

갑자기 날씨는 왜 그리 더운지 지하철 역에서 성당까지 걸어가면서 이미 옷을 땀으로 흘러 내리기 시작했고 제의를 입고 서품미사에 입당할 때는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목까지 감싸는 클러지 셔츠에 제의 영대까지 둘렀으니 가뜩이나 더위를 참는데 약한 나는 성인 호칭기도를 할 때 수품 대상자들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로 살겠다는 의미로 차디찬 대리석에 바짝 엎드리는 '부복'을 하자 나도 따라서 옆에 가서 살짝 눕고 싶을 정도였다.

마침 내 바로 앞에는 서품미사를 주례하시는 대주교님이 앉아 계셔서 나는 몸을 움직이는 것 조차 조심스러웠는데 갑자기 내 옆에 앉은 뚱뚱한 이탈리아 신부님이 더 참기가 힘들었는지 한 숨을 쉬면서 들고 있던 팜플렛으로 부채질을 막 하기 시작했다.

내 오른 편에서 그가 오른 손으로 부채질을 시작하자 얼굴에 그 바람이 전해 지는데 얼마나 시원하던지...... 가만히 보니 각도가 조금 맞지 않아 내 얼굴로 바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몸을 살짝 그의 곁으로 붙였더니 시원함이 훨씬 더 했다.

그런데 그 신부님이 나를 곁눈질로 흘낏 쳐다보더니 갑자기 손을 바꿔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몇번 안되는 부채질로 벌써 오른팔이 피로를 느꼈을리도 없을 텐데 참 치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가난한 이들, 어렵고 불쌍한 이들의 친구가 되겠다는 신부가 어차피 부치는 부채질을 내가 옆에서 각도 좀 조절했다고 손을 바꿔?  더군다나 서품때의 각오를 새롭게 할 수 있는 서품미사 중간에?'

사우나에서 미사를 드리기나 한 것처럼 땀에 흠뻑 젖어서 성당 밖으로 나왔더니 마침 미사에 참석했던 한국 수녀님들이 자동차를 타고 떠나려던 참이었다.

'잘하면 지하철 역까지 얻어 타고 갈 수 있겠는걸?'    반가운 마음에 얼른 다가가서 인사를 드렸더니 역시 한국 수녀님들답게 친절하게 반기신 뒤  "어떤 신부님, 어떤 신부님, 잘 계셔요?"  라며 선교지에 나가 있는 우리 회 신부님들의 안부를 묻고는 부르릉하고 떠나 버렸다.

미사 내내 두 시간 넘게 서 있어서 그랬는지 걸어서 지하철 역까지 가는 도중에 어찌나 다리가 아프고 수녀님들이 야속하던지......

사람은 역시 땀을 흘리며 일을 하며 살아가야지 요즘처럼 백수로 지내면 체력도 떨어지고 마음도 소심해 진다는 말이 틀림없는 것 같다.

멈추면 안 된다. 우리들은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는 그 날까지 끊임없이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그 절대 선을 향한 몸짓이 어느 순간 멈춰서거나 지체되면 마음 역시 '아버지의 뜻'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주님의 날'은 마치 밤중의 도둑같이 온다고 했다. 우리는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깨어있다'는 것은 우리들의 육신과 영혼을 항상 밝은 빛 속에 둔다는 것이다. 그 밝은 빛을 향한 우리들의 움직임이 멈추거나 지체된다면 그 순간 바로 우리들의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이 밤의 어두움 속에 갇히게 된다.

몸이 게을러지면 마음만 조급해진다. 마음이 여유가 없으면 곁에 있는 사람들만 야속하게 느껴진다.

몸을 움직이자. 몸이 피곤하면 마음은 여유로워진다.

'아까 그 뚱뚱한 이탈리아 신부님은 왜 갑자기 팔을 바꿨을까?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니면 치사함의 극치였을까?'

하릴 없이 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붙잡고 있을것이 아니라 내 게으른 요즘의 삶을 뒤돌아보면 해답이 저절로 나올 것 같다.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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