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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
이미경
작성일
2011-09-07
조회수
933
추천수
12
반대
(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1년 9월 7일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Blessed are you who are poor,
for yours is the kingdom of God.
(Lk.6.20)
제1독서 콜로새 3,1-11
복음 루카 6,20-26
어제 새벽 자전거를 타는데 자꾸만 얼굴 쪽으로 하루살이가 붙는 것입니다. 특히 숨을 헐떡이며 입을 벌렸을 때 하루살이가 입 안으로 들어와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이 하루살이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데, 문득 하루살이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기껏 하루 사는데 제 입 안으로 잘못 들어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니 왠지 불쌍하다는 생각까지도 갖게 되더군요.
그런데 실제로 하루살이는 하루 사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요.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동안 물속에서 유충 상태로 지냅니다. 그리고 날개를 얻기 위해서 수십 번의 탈피 과정도 거칩니다. 드디어 날개를 얻고 짝짓기를 한 뒤, 하루 정도 살고서는 죽어버리기 때문에 ‘하루살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입니다. 즉, 날개 없이 살았던 1~3년의 기간은 하루살이의 삶에서 지워버리고 대신 날개를 얻어 산 하루라는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날개를 얻은 그 하루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지요. 또 한순간도 잠들지 않습니다. 입이 퇴화되었고 먹이를 소화시킬 내장기관이 없다고는 하지만, 하루밖에 못 살고 죽는 마당에 언제 먹고 언제 자겠습니까? 계속 쉴 새 없이 날아다니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루살이에 비해 내 자신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을까요? 비록 날개는 없지만, 날개를 대신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먹을 수도 있으며, 잠 잘 수도 있습니다. 또한 즐길 것들도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이렇게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 얼마나 주님께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을까요?
너무나도 많은 시간들이 내게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내게도 딱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면 최선을 다할 거야 라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는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항상 부족하게만 느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행복과 불행에 대한 말씀을 하십니다. 가난한 사람, 굶주리는 사람, 우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부유하고 배부른 사람, 또한 지금 웃는 사람은 불행하다고 하십니다. 우리들이 보기에는 반대로 말씀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선 이야기와 연결해서 볼 때, 결국 행복한 사람을 지금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아닐까요? 가난하고 굶주리고, 우는 사람은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지금의 위치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부유하고 배부른 사람, 웃는 사람은 여유를 갖고 안일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그들이 불행하다는 것입니다.
하루살이가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듯이, 우리 역시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안일하고 나태한 삶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사람에게 ‘행복’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한번 넘어졌을때 그 원인을 깨닫지 못하면 일곱 번을 넘어져도 마찬가지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진지하지 못한 태도를 두려워해야 한다.(마쓰시타 고노스케)
길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의 길
인천신학교가 개교하기 전, 방학 때만 되면 인천신학교에 가서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이야 전국에서 가장 멋진 신학교이지만, 그 당시에는 공사장 그 자체였지요. 그래서 많은 작업을 하면서 부족한 일손을 대신했었습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신학교 뒷산의 등산로를 개척했던 일입니다.
전혀 길이 없었지요. 무성한 숲이 우리의 앞을 가로 막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을 한 번 지나고 두 번 지나다보니, 지금은 아주 오래된 옛날부터 있었던 길처럼 잘 뚫린 길을 접할 수 있습니다.
산길은 바로 이러한 것입니다. 한 사람이 가고, 두 사람이 가고, 또 여럿이 지나다니다보면 그 자취가 바로 산길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처음에는 무성한 숲으로 되어 있어 반드시 어렵게 길을 만들어야만 합니다.
우리의 삶도 이렇게 길이 없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길이 없다고 그냥 포기하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포기하면 길은 절대로 만들어 집니다. 한 번 가보고, 또 한 번 가보고, 자꾸만 가면서 우리 삶의 길은 멋지게 닦일 것입니다.
내 삶의 길을 어떻게 만들고 계십니까? 길을 잘 닦아야 주님 앞으로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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