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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맘을 항상 내가 존재하는 여기에 /최강 스테파노신부
작성자오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08 조회수497 추천수13 반대(0) 신고
 
 
 
다시 밀라노에서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 한적한 느낌마저 드는 밀라노에 도착했다. 낯설다는 느낌마저 사치스럽다고 할 정도로 몸은 많이 지쳐 있었고 당장 먹을 거리를 구하기 위해 길에 나서야 했다.

캐나다에서 지낸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바쁘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놓고나니 순간 밀라노라는 낯선 도시에 혼자 서 있다는 느낌이 어색하고 싫게 다가온다.

사람들 사는 곳이 다 그렇고 그렇지 다를게 뭐 있냐고 큰소리 쳐 왔지만 어디 그렇겠는가?  마주하는 사람들이 다르니 사는 곳마다 다 다른 모습들이 먼저 느껴지는게 당연하겠지......

괜히 마음이 심난해져서 자리에 누웠는데 내가 이탈리아로 돌아온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탈리아 남쪽 레체라는 곳에 사는 어느 유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신부님, 저 한국 갔다 왔더니 더 죽겠어요. 맨날 혼자 지내는 것도 싫고 울고만 있어요. 이야기라도 많이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 어떻해요. 엉엉엉"

평소에도 눈물이 많은 아이라서 다른 때 같으면 '괜히 잘 하면서 또 어린양부릴려고 그런다'하면서 모른체 하겠지만 오늘은 왠지 그 아이의 느낌이 사실 그대로 전해져 온다.

"잘 하면서 왜 그래. 큰 뜻을 이루려면 그런 외로움 정도야 친구 삼아 지낼 수 있어야지. 그리고 너만 혼자냐? 나는 뭐 둘이고?"

그랬더니 그 아이의 한 마디가 내 마음속 깊이 울려왔다.

"신부님은 항상 하느님이 함께 하시고 지켜주시잖아요. 나는 안 그렇단 말이예요. 엉엉엉"

맞다. 외롭다는 것은 너무나 인간적인 느낌이다. 너무나 인간적인 느낌이라서 잘 다가오기도 하지만 너무 인간 중심적인 느낌이다.

하느님께서 언제나 어디서나 함께 하신다. 큰 뜻을 품은 사람이 너무나 인간적인 감정들에 사로 잡혀 살 수 없거니와 하물며 하느님의 뜻을 이 땅과 자기 마음 속에서 이루려는 사람이 외로움을 낯설어 해서야 될 일인가?

혼자서 낯선 곳에 던져지는 느낌은 영적 성장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다시 시작한 이 곳 밀라노에서 새롭게 다가오시는 하느님과 이웃들을 잘 섬기면서 기쁘게 살아가야지.

그 아이가 내게 던진 말이, 또 그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되받은 말이 항상 낯선 곳을 지향하는 내 삶에 열쇠가 된다.

"그래, 하느님이 항상 나와 함께 계시고 지켜주셔야 하는데 어쩌지?   나 아무래도 내 하느님을 캐나다에 두고 왔다봐. 전화 끊을께. 하느님 다시 찾아와야겠어. 안녕."

내 맘을 항상 내가 존재하는 지금과 여기에 둘 것. 아니면 하느님도 내 맘처럼 다른 곳에 계실터이니 외로울 밖에......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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