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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새 인간 - 9.7,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08 조회수407 추천수2 반대(0) 신고

2011.9.7 연중 32주간 수요일

콜로3,1-11 루카6,20-26

 

 

 

 

새 인간

 

 

예전 장수의 백암산 기슭에 자리 잡은,

산들로 에워싸여 있는 어느 자매들의 공동체를 방문했을 때

저절로 눈 들어 바라 본 것이 하늘이었습니다.

 

‘아, 여기서는 하늘 행복만으로 살지 않으면 참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10년 전 트라피스트 수녀원에 피정 지도 갔을 때도

똑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사방이 꽉 막힌 기분이었고 위로 활짝 열린 하늘이었습니다.

서울 분도 수녀원에 갔을 때도 비슷한 체험이었습니다.

여기는 산 대신 고층 아파트가 수녀원을 에워싸고 있고

위로 하늘만 활짝 열려 있어 저절로 눈 들어 하늘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제의 체험도 잊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형제들이 소풍을 떠나고 둘 만이 남아 수도원에 있으니

참 고즈넉한 고요한 분위기였고 순간 깨달음처럼 떠오른 생각입니다.

 

‘아, 혼자가 아닌 함께 살라고 선사된 공간이요 시간이구나.’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살아야 하는데

‘함께 사는 일’이 힘들어 하느님을 찾으라는

사부 베네딕도 성인의 말씀입니다.

 

모두가 공통적 관심사, 초월적 거점의 하느님을, 그리스도를 바라봐야

함께 사는 일도 수월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강론 주제는 ‘새 인간’입니다.

 

 

1.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

이래야 새 인간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해야 합니다.

 

거기에는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아 계십니다.

바로 저 위에 계신 하느님을, 그리스도를 찾으라는 말씀입니다.

 

이 또한 평생 수행입니다.

하느님 오른 쪽에 계신 그리스도를 추구할 때

초월적 거점의 확보에 영적지평의 확대로

영적고공 비행의 자유로운 삶이 가능합니다.

 

전에도 예를 들었습니다만

비행기가 비행할 때 낮게 떠가다가는

산이나 고층건물에 걸려 추락할 수 있듯이

공동생활 중에도 낮게 떠가다가는

좁은 시야로 크고 작은 장애물에 걸려 추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지상 세계를 무시하라는 게 아니라 넘어서라는 것입니다.

주님을 향해 부단히 자기를 초월할 때 참 행복에 자유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 복음을 보면 이해가 분명해 집니다.

 

가난한 자를 두둔하는 것도 아니고 부자를 단죄하는 것도 아닌

참 행복의 원천인 하느님을 바라보라는 촉구입니다.

가난하고 굶주리고 우는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음은

바라볼 희망의 하느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까지 없다면 말 그대로 절망일 것입니다.

 

마지막 잡아야 할 희망의 끈 하느님이요 이들이 진정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눈은 고난의 현장 넘어 영원하신 하느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불행 선언의 대상자들에 대한 말씀은 충격 요법의 표현입니다.

땅의 현실에 자족함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눈 들어 하느님을 바라보고 고난 중에 있는 이웃을 바라보며 나누라는,

하느님과 이웃을 향해 활짝 마음을 열라는 구원에로의 초대입니다.

 

우리는 이미 죽었고 우리의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의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찾을 때 그리스도를 닮아 새 인간입니다.

 

 

 

2.옛 인간을 그 행실과 함께 벗어버리십시오.

이 또한 평생과제입니다.

그리스도를 추구함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평생작업입니다.

이미 세례를 통해 옛 인간을 벗어 버렸지만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매일 옛 인간을 벗어버리고 매일 새 인간으로 갈아입어야 하는 우리들입니다.

 

현세적인 것들로 대변되는 옛 인간입니다.

그러니 우리 안에 있는 현세적인 것들,

곧 불륜, 더러움, 욕정, 나쁜 욕망, 탐욕을 죽이십시오.

탐욕은 우상숭배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제는 분노, 격분, 악의, 중상,

또 우리의 입에서 나오는 수치스러운 말 따위는 모두 버리십시오.

또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모두가 우리를 더럽히는 것들이요,

매일 벗어 버려야할 옛 인간의 옷입니다.

 

 

3.새 인간을 입으십시오.

주님은 매일 새 인간이 되어

새 하늘, 새 땅의 새 날을 살라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이미 세례를 통해 옛 인간을 벗어버리고 새 인간을 입은 우리들입니다.

새 인간은 자기를 창조하신 분의 모상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워지면서 참 지식에 이르게 됩니다.

 

여기에서 제외될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자기를 창조하신 분의 모상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워지면서

참 지식에 이르는 것’은 믿는 자들은 물론이요,

사람으로 목숨 받아 태어난 모든 이들의 유일한 지상 과제입니다.

 

그리스도만이 모든 것이며 모든 것 안에 계신 그리스도이십니다.

이 그리스도를 추구하여 그리스도를 옷 입고 그리스도를 닮아갈 때

새 인간이요 우리 또한 하나의 그리스도가 됩니다.

 

마침내 우리의 생명이신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

우리는 그분과 함께 영광 속에 나타날 것입니다.

 

이런 희망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진정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 어떤 시련과 가난도 이런 이를 좌절시키지 못하고

세상의 그 무엇도 이런 이를 유혹하지 못합니다.

 

땅에서 하늘을 사는, 그리스도가 그 생명인 새 인간들입니다.

 

 

어제의 감동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오늘 신문도 1면에 ‘50%가 5%에 양보’라는 제하에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 시장 후보직을 양보한

안철수 교수의 미담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말 신선한 감동의 새 인간을 보는 듯 했습니다.

두 분의 단독 회담에 대한 묘사 역시 감동적이라 그대로 인용합니다.

 

-먼저 박원순 변호사가 왜 서울시장에 출마하려고 하는지,

 서울시장이 되면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를 약 10여 분간 설명했다.

 안철수 원장과 배석자들은 진지하게 박 변호사의 '의지와 포부'를 들었다.

 박 변호사가 '발제'를 마치자 안철수 원장은 즉석에서 딱 한마디 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제가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박 변호사님을 잘 아는 사람이니까

  더 이상 설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변호사님의 의지가 얼마나 굳건한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50%는 그렇게 간단히 5%에게 양보했다.

담판은 단 20분 만에 끝났다.

조건도 없었고, '이면합의'도 없었다.-

 

인터뷰 기사 중 다음 안 교수의 다음 대목도 좋았습니다.

 

-저는 항상 선택을 할 때 의미를 느낄 수 있느냐,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느냐,

 실제로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나.

 이 세 가지만 고려합니다.-

 

안 교수에게서 새 인간의 진면목을 보는 듯합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당신만을 추구해온 우리에게서 옛 인간의 옷을 벗겨주시고

새 인간의 옷을 입혀 주심으로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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