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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에 대한 짧은 생각] 20110912
작성자김용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13 조회수300 추천수1 반대(0) 신고
2011년 9월 12일 한가위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15-21

그때에 예수님께서 15 사람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말하였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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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 



한가위입니다. 한 해 가장 풍성한 수확의 시기를 보여주듯 둥글게 떠오른 보름달을 보며 온 가족이 모여 세상을 떠난 조상들과도 한 해 결실에 감사하고 나눔을 가지는 시간들입니다. 

오늘 한가위에 듣게 되는 복음 말씀은 우리의 삶이 세상의 한해살이 안에서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고 있는 듯 보입니다. 수확의 계절 그 수확은 일년의 결실이자 또 다가오는 한 해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자연은 늘 그렇게 일년을 주기로 생명의 시작과 결실을 번갈아 가며 생을 반복합니다. 그러나 과일이나 곡식 등의 결실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은 자연에서 거두어 들인 것으로 삶을 지속합니다. 그런데 스스로 결실을 이루지 못해서인지 사람들은 늘 이 결실을 앞에 두고 고민합니다. 그리고는 거둬들인 곡식을 보관하는 일에 익숙합니다. 


앞으로의 삶을 위해 모아두는 곡식은 지혜롭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람이 곡식을 모으는 데 또 다른 이유가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자연은 법칙처럼 자신의 열매를 내어 놓지만 사람은 그것을 저장하여 앞으로를 대비하기도 하고 그것으로 사람들 서로를 비교하기도 합니다. 필요한 만큼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더 많이 모은 것으로 서로의 능력이라 말하고 비교하고 자신을 더 강하게 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들 속에 사람들은 가진 것에 집착하고 정성을 쏟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모으는 시간만큼 부유하다는 것은 쌓여있는 곳간의 크기일 뿐 삶은 부유함과 전혀 상관 없는 고달픈 삶을 지속합니다. 가난한 이가 먹을 것이 없어서 힘겨운 시간들만큼이나 부자가 되려는 이들이 쓰지 못하고 가지고 싶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애쓰는 것 또한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실제 우리의 삶에 필요한 곡식이나 재물은 그 시간 필요한 만큼만 의미가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준비는 당연히 지혜로운 일이지만 현재의 삶을 의미있게 살아가는 것까지 제한하면서 모을 가치는 지금의 삶의 가치와 비교할 것은 못됩니다. 또한 미래의 자신이 지금 현재의 자신의 처지와 맞바꿀만한 가치가 있는 것 또한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현재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삶의 이유를 느낄만큼의 가치로 사용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모아두기만 하는 곳간 안의 가치가 아닌 지금 현재 가치있는 삶에 이용되는 모든 것이 또 다른 삶의 더욱 현실적인 준비가 되리라는 것도 깨달아야 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오늘 복음 속에 등장하는 가장 허무한 고생의 주인공의 삶을 비난하거나 조롱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한가위에 우리의 삶이 조상들의 덕이라 말하며 조상들이 쌓아놓은 곳간의 재물 덕분에 우리가 살아간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상들의 덕에 감사드리는 진정한 의미는 남긴 유산이나 재물이 아니라 조상들이 살아간 삶의 내용에 우리 모두가 영향을 받고 있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연처럼 곡식이나 열매로 한해를 거듭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한 가족과 핏줄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삶을 이어감으로해서 세상을 또 다른 모습의 자연의 흐름대로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모아두고 쌓아두어 자신과 상관없는 것으로 평가받는 삶보다 그 순간 가장 가치있고 보람된 삶을 살아 참 삶을 나누고 이어받는 생명의 길을 걷는 것이 하느님이 바라시는 사람의 삶의 의미라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한 사람은 그 부유함에 풍족했을 때 말합니다.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그러나 그렇게 무수한 시간을 보내버린 그 시간 앞에 내려지는 하느님의 판단은 단호합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삶은 어느 순간 화려함을 위해 참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가진 것으로 흥청망청 쓰며 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매 순간이 우리에겐 유일한 순간이며 그래서 그 한 순간에 가진바를 다해 최선으로 세상을 가치있게 살아야 합니다.


한가위 우리에게 보여지는 이 자연의 흐름을 보며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열매를 가지기 위해 저 나무들이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열매를 놓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 말입니다. 우리가 새롭게 여기는 그 무수한 열매들은 그들 모두가 한해의 삶에 얻은 것들을 기쁘게 자연으로 되돌려 놓았기 때문에 가능했음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그래서 그들에게 또 한 해의 희망이 솟아나고 또 다른 결실이 맺힌다는 것 또한 말입니다. 


한가위 명절을 다 지내고 적는 복음 묵상입니다. 하루 남은 명절 휴일 잘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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