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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담배를 끊은 사연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13 조회수349 추천수1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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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를 끊은 사연





청년 시절 마산화력발전소와 남양만 간척공사장에서 생활할 때는 아침에 눈을 뜨면 맨 먼저 손에 잡는 것이 담뱃갑이었습니다. 낙방거사 문학청년 시절에는 시름을 달래기 위해 붕어 낚시도 많이 다녔습니다. 저수지나 수로의 수심을 재어 준비를 하고, 낚시에 떡밥을 끼워 던져놓고, 손을 씻은 다음 좌대에 앉아 맨 처음 피워 무는 담배 맛이 가장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술자리에서 얼큰하게 술기운이 돌 때 피워 무는 담배와 고스톱 판에서 화투장을 펴보며 긴장 가운데서 피워 무는 담배 맛도 최고였지요.

마흔 나이에 혼인을 했습니다. 혼인 후 정확히 열 달 만에 첫아이를 낳았습니다. 참 신기하더군요. 내 손으로는 머리카락 한 올도 만들 수가 없는데, 내가 혼인을 하여 한 생명을 낳았다니! 아이를 보면서 조물주의 섭리를, 그 신비를 수없이 생각해 보았지요.

집사람은 직장에 매인 몸이라, 낮에 아이를 돌보는 일은 어머니와 내 몫이었습니다. 나는 도리 없이, 조금은 재미롭게 ‘애보는 남자’가 되어 생활했습니다. 갓난 것이 눈의 초점을 지니게 되었을 때부터 아이에게 아빠의 기도하는 모습,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의도적으로 신경을 쓰곤 했습니다.

한 번은 아이를 돌보면서 방 안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게 되었습니다. 방 안에서는 절대 담배를 피우지 않기로 한 집사람과의 약속을 슬그머니 어긴 것이지요. 유모차 안의 아이가 몸을 뒤틀며 칭얼대더군요. 순간적으로 담배연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른 담배를 껐습니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잠드는 아이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조물주의 섭리로 태어난 이 아이, 하느님께서 나를 통해 이 세상에 나게 하시고 나와 혈육의 인연을 가지게 한 이 아이, 나를 통해 세상에 나온 이 아이에게 나는 최초로 무슨 선물을 줄 수 있을까? 어쩌면 방금 담배연기 속에서 잠시 칭얼댄 것은 내게 담배를 끓으라는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날로 담배를 끊었습니다. 절연과 동시에 낚시도 끊었고, 고스톱도 끊었습니다. 담배를 끊은 이후로는 그간 사흘이 멀다 하고 다니던 붕어낚시를 지금까지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또 초상집이나 처가에 갈 때도 화투판에는 일체 끼지를 않았습니다. 첫아이를 얻은 이후 담배를 끊음과 동시에 그 절연을 위해 오늘까지 낚시와 화투도 일절 끊고 사는 내가 조금은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요하(소설가‧태안성당)
  

*천주교 대전교구 <대전주보> 2011년 9월 11일(연중 제24주일) 제2101호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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