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기적
1964년 12월 3일
취리히의 대학병원에서,
한때 명성을 떨치던 배우이자 연출자
에른스트 긴스베르크스가 타계했다.
베를린의 유다인 의사 가정에서 태어나
35세 때 가톨릭으로 개종한 그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취리히로 온 가족이 망명하여 그곳 연극계에서
빛나는 경력을 쌓았다.
그러한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불치의 병이 선고되었다.
특이한 향토 병이 그의 온몸으로 퍼져가는 과정에서
그는 가장 아끼던 목소리까지 잃게 되었다.
긴스베르크의 상황도 그와 비슷하게 전개된다.
외적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하느님은 언제나 그렇듯이 자연법칙에 간섭하지
않으셨고 그의 병세는 여전했다.
그러나 내적으로 기적이 일어났다.
긴스베르크는 기도 속에서 그리스도교적 귀의의
은총이 주어지자 자신의 고통에 대해 애정을 품게 되었고,
가장 사랑하는 것까지도
담담하게 떠나보내는 의연함을 보였다.
긴스베르크는 죽음도, 생명도, 천사들도
그분 사랑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하느님께 완전히
자신을 내맡기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내적 변화에 완전히 승복한
긴스베르크는 감사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고통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통해 믿음이 더 순수하게 되고
더 성숙되었다는 데 대해,
그리고 그 고통으로 좌절하지 않고
믿음을 더 성장시킬 힘을 하느님께서 주셨다는 것에
대해 진정으로 감사하게 되었다.
긴스베르크는 침묵 속에서 온전한 신뢰심으로
모든 것을 의탁하는 마지막 기도를 다음과 같이 바친다.
“이 언어까지 잃은 자를
광명의 고향에 말없이 받아주시는 주여,
이제 저의 감사를 받아주십시오.
인간의 말로는 표현할 길 없는
이 넘치는 감사를 받아주십시오.”
“고통이라는 걸림돌”
오늘의 묵상 :
모름지기 신앙인이라면
한 번쯤 기도에 몰입하는 순간을
가져 보셨을 것입니다.
기도 중에 분심이 생긴다든지
걱정이 자리 잡고 있어서 기도에 열중 할 수
없다고들 합니다.
물론 전혀
분심이 안 든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도하기 전에 분명 자기가 원하는 것을
‘기도의 지향’으로 두기 때문에 분심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할 때에
“주님께 온전히 저를 맡겨드리오니 주님의 뜻에 따라
저를 주님의 길로 인도하시어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우리는 온전히
‘저를 주님께 맡겨드리는’ 기도의 순수성으로
기도에 몰입함으로서 오히려 분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하느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오로지 기도에 전념하여 하느님의 뜻에
따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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