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지내고, 바로 다음 날인 화요일 복음에 ‘과부인 어머니와 죽은 외아들’(루카 7,1117)을 묵상했지요. 그런데 오늘은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입니다. 자연스레 이어지는 시간과 복음 내용 탓인가요? 김미옥 시인의 <어머니의 마당>이란 시(詩)가 생각납니다.
“꽃 좋아하면 눈물이 많다더라.”
그러면서도
봉숭아 함박꽃 난초 접시꽃
흐드러지게 심으셨던
어머니
볕 좋은 날이면
콩대 꺾어 말리시고
붉은 고추 따다 널어두고
풀기 빳빳한 햇살 아래
가을 대추도 가득 널어 말리시며
잡풀 하나 없이 다듬느라
저문 날을 보내시던
고향집 마당
이제는 와스락와스락
마른 대잎만 몰려다니며
잊혀진 발자국 더듬어 가고
“내 죽으면 이 지섬 다 어쩔꼬.”
어머니의 근심이
마당 곳곳에서 무더기로 자라고 있다
성모 마리아께는 아들 예수께서 달리신 십자가가 서 있던 그 자리, ‘골고타’ 언덕이 바로 당신의 마당이 되셨습니다. ‘골고타’ 언덕 곳곳에 성모님의 슬픔과 고통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지요. 뜻밖의 임신, 아이를 낳을 때도 집이 아닌 낯선 도시 여관 그것도 동물 우리에서, 또 아이를 낳자마자 외국으로 피신하는 고통과 설움이 뒤따랐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아들마저 곁을 떠나 끝내 십자가 죽음을 당합니다.
하지만 성모 마리아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동참하셨기에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감히 동참할 수 있고 또한 하느님이 허락하신 부활의 기쁨을 함께 가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깊어가는 가을밤, 성모님의 마당을 걸어봅니다. 곳곳에 심어진 슬픔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청해 보려 묵주기도를 정성껏 바칩니다. 우리 삶 안에 심고 겪는 근심을 지혜롭게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합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박기석 신부(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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