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나라 /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장애인 바르나바 형제가 큰 수술을 하였습니다.
그는 마흔이 다 되도록 말 한 번 시원하게 못해 보고 제 힘으로 밥을 먹을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없는 중증 장애인 입니다.
수술 후 그는 호흡기 장애를 일으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며
고통을 안으로만 삭이고 있었습니다.
통증을 호소하며 소리라도 지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그가 고통 속에서 그저 버둥거리기만 하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입니다.남들의 마음이 이럴진대 평생을 아들과 한 몸처럼
지냈던 바르나바 형제의 어머니 마음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십자가
아래 성모님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바르나바 형제의 어머니가 물었습니다.
"신부님, 하느님나라가 분명히 있지요? 아들이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니까
이제 그만 놓아 주고 싶습니다." 사람의 목숨이 놓는다고 놓아지겠습니까?
자식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바라보다 못해 던진 질문입니다.
차마 겉으로 말할 수 없어 마음속으로 혼자 대답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분명히 있습니다.
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가야 할 하느님 나라는 꼭 있습니다.
죄 없으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알려 주신것이
결국 하느님 나라가 아니겠습니까?
그 희망이 없다면 죄 없는 이의 억울한 고통을 어떻게 이겨 낼 수 있겠습니까?
세상에 그 어떤 고통도 무의미한 것은 없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십자가 곁에 성모님께서 서 계십니다.
성모님께서는 당신께서 감당하시고 있는 이 기구한 운명을
이해하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뒤에는 부활과 인류구원의 역사가 숨어있었지요.
지금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지만 주님의 날에는
그 모든 것의 의미가 환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이 땅에서 슬퍼하는 사람들 그 너머에 더이상 눈물이 없는
눈부신 부활의 세계가 분명히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