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해 연중 24주일 금요일 - 써야 돈이다
돈만 아는 한 구두쇠 영감이 있었습니다. 돈이 많아지자 그는 그것을 보관하기 좋도록 금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기 방에 잘 감추어 두었습니다. 밖에 나갔다 돌아와서 그것을 열어보고는 그대로 있으면 ‘휴~’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금을 꺼내어 닦고 또 닦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반짝반짝 빛나는 누런 금덩어리들이 쌓여있는 것을 보고 매우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도둑이 들어 그 금들을 모조리 훔쳐갔습니다. 구두쇠 영감은 너무 분하여 땅을 치며 통곡하고 갖은 욕설을 내뱉었습니다.
이것을 보다 못한 이웃집 친구는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금 대신 돌을 없어진 자리에 채워 넣게.”
“뭐?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 하나?”
“아니, 어차피 사용하지도 않는 것인데, 돌을 금이라고 생각만 할 수 있다면 굳이 통곡할 필요가 뭐가 있나?”
“ ... ”
그렇습니다. 쓰이지 않는 금은 돌덩이나 다름없습니다. 돈은 쓰여야 돈이지 집에 쌓아두면 종잇조각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면 왜 우리는 돈 쓰기를 두려워하고 저축하고 모아두려고만 할까요? 모아둔다는 것은 모두가 현재보다는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미래에 집을 장만한다든지 갑자기 어려운 일이 닥칠 때를 대비하여 모으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언제나 자신을 지켜줄 하느님이 함께 계심을 믿지 못하는 데서 옵니다. 그리스도는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 이런 것들은 모두 믿음이 없는 이방인들이나 찾는 것들이다.”라고 가르치십니다.
오늘 독서에서도 이르기를,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자들은 사람들을 파멸과 멸망에 빠뜨리는 유혹과 올가미와 어리석고 해로운 갖가지 욕망에 떨어집니다. 사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입니다. 돈을 따라다니다가 믿음에서 멀어져 방황하고 많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있습니다.”라고 가르칩니다.
즉 돈을 모으려고 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인데, 이것 자체가 우리의 가장 큰 ‘보험’인 하느님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돈을 사용하는데 가장 두려운 적인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느님께 맡기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돈을 잘 쓸 줄 알기 위해서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와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합니다.
물론 돈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되고 오직 ‘좀도 녹도 망가뜨리지 못하고 도둑이 뚫고 들어올 수도 없는 하늘 보물 창고’에 쌓아야합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자신들의 재물을 그리스도와 그 제자들을 위해 쓴 사람들입니다. “일곱 마귀가 떨어져 나간 막달레나라고 하는 마리아, 헤로데의 집사 쿠자스의 아내 요안나, 수산나”는 그 이름들이 오늘 복음에 기록되었듯이 하늘나라 명부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주님의 제자라고 하여 냉수 한 컵을 준 것도 잊지 않고 갚으시는 하느님께서 교회를 위해 사용한 그들의 재물을 하늘나라에서 보상하지 않으실 리가 없습니다.
사실 액수도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은 동전 두 닢을 낸 가난한 과부의 헌금이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더 많이 낸 것이라 하십니다. 자신이 가진 것의 전부를 하느님께 바쳤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 과부가 자신의 모든 생활비를 성전에 봉헌하였다고 하여 굶어 죽었을까요? 그 해답은 구약의 사렙다의 과부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 과부는 기근이 심할 때 마지막 남은 밀가루와 기름으로 아들과 함께 먹고 죽으려고 빵을 굽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예언자, 엘리야가 나타나 그 음식의 일부를 떼어내어 자신에게 달라고 합니다. 하느님은 가진 것이 없는 그 과부의 봉헌을 통해서도 그 뒤주에서 곡식이 떨어지지 않게 하시고 그 기름통에서 기름이 마르지 않게 하셨습니다.
아무리 가진 것이 없어도 하늘에 재물을 쌓을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돈을 더 벌어서 좋은 일을 하겠다고 모아두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봉헌을 기다리시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우리에게 복을 내리시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빵과 포도주를 봉헌하지 않으면 생명의 양식인 그리스도의 살과 피가 우리에게 돌아올 수가 없습니다.
돈은 마치 피와 같아서 돌지 않으면 자신도 썩고 몸도 썩게 만듭니다. 피가 계속 순환해야 자기도 살고 몸도 살릴 수 있는 것처럼, 돈도 돌고 돌지 않으면 자기와 이웃의 죽음의 씨앗이 됩니다. 돈의 흐름이 우리에게서 멈추어 있게 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은 하늘의 보화를 쌓을 기회를 재물이라는 모양으로 우리에게 주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