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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에 대한 짧은 생각] 20110919
작성자김용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18 조회수322 추천수1 반대(0) 신고
2011년 9월 19일 연중 제25주간 월요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8,16-18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아무도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거나 침상 밑에 놓지 않는다. 등경 위에 놓아 들어오는 이들이 빛을 보게 한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져 훤히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잘 헤아려라.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줄로 여기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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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거나 침상 밑에 놓지 않는다."


누군가 질문을 했습니다. 이상과 현실이 너무 멀어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입니다. 어떤 면에서 인지 다를 수 있지만 이상이란 말은 가장 완전한 것을 말한다면 현실은 이상에 비해 지금의 상태를 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점점 이 "이상"이라고 부르는 것을 불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습관을 지니기 시작했나 봅니다. 우리가 말하는 이상, 혹은 이상적이라고 부르는 가치들은 현실에선 전혀 불가능한 완전한 상태의 꿈이나 그림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이것은 신앙을 이야기할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예수님의 복음을 읽고 묵상하며 이를 가르치고 배울 때는 이상적인 삶을 이야기하다가도 현실에서 우리의 모습은 항상 부족하고 죄스럽고 돌이킬 수 없는 거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라고 둘러대는 근본적인 차이점부터 "이제 예수님을 따르기에는 너무 멀리 온 듯한", "이젠 내가 때가 많이 묻고, 죄도 많아서" 등의 이유로 이상과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고 표현하곤 합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우리가 이상이라고 말하는 예수님의 말씀과 가치는 복음서 속에 있고, 누군가의 강론 속에만 존재하며 우리는 그것을 불가능으로 단정짓고 감추어 버립니다. 예수님이라서 가능한 일이고 성당 밖을 벗어나면 전혀 불가능하고, 나 자신도 그럴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해 버립니다.

예수님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등불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의 햇볕입니다. 그런데 그 등불과 햇볕을 세상을 밝히는데 사용하지 않고 그릇이나 침상 밑에 두는 행동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하느님의 사랑을 알면서도 현실에서 부정하고 도피하며 땅에 묻어버리고 자신과 상관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이런 행동들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사랑은 그 말마디 만으로도 모든 이가 앞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감출 수 없는 빛입니다. 우리는 불가능한 이상이라고 말하지만 이 빛은 듣는 순간에 바로 그 빛을 알고 볼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느껴지는 불가능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감춘 이만 모르는 빛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숨긴 빛을 보면서 그것을 애써 감추려는 이의 부질없는 노력을 보게 됩니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져 훤히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스스로 불가능하다 나는 안되다고 말하는 이가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감춘 하느님의 말씀을 스스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 빛이 다 새어 나가고 그 빛을 감추려는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워졌는지 모르고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자신만 가지고 있는 듯 착각합니다. 우리가 감추려 해도 이미 그 빛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다 비춰지고 있고, 자신만 어색한 모습으로 다 새는 그릇을 혹은 벌어진 손가락으로 주먹을 쥐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말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살아가는 인생의 주인공들에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잘 헤아려라.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줄로 여기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하느님이 주시는 이상은 실현되는 것이며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더욱이 그것은 목표가 고정되어 있기에 그 이상에서 멀어지는 것은 이상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불가능하다고 뒷걸음을 치는 것 뿐입니다. 언제든 그 뒷걸음을 멈추면 거기에서 다시 가까워지는 이상이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모든 이를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며 세상이 하느님이 만드신 세상의 모습을 찾는 것이 이상입니다. 불가능해 보인다면 그건 자신이 그 빛을 덮고는 그 빛은 세상에 없다고 외치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틈으로 온통 삐져 나와 그 목적을 이미 이루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상에서 멀어졌다고 걱정하고 포기한 사람은 얼른 손을 펴고 그릇을 다시 열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 스스로 등경 위에 등불을 얹고 세상을 비추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숨긴 그 빛이 다른 이의 등경에서 환하게 비치고 있는 것을 보며 자신이 지닌 빛이 이미 사라지고 작아졌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의 길은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멀리왔다고 실망하지 맙시다. 그 길은 온전히 그대로 뻗어있느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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