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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룩한 삶을 사는 신자들 / 최강 스테파노신부
작성자오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23 조회수606 추천수11 반대(0) 신고
 
 
마르코 형님

이 곳 로마에 처음 발을 디뎠을때 부터 시작한 마르코 교수님과의 인연은 나의 사제 생활에는 더없이 매서운 영적 채찍이 되어 가고 있다.

산만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조금만 놀리는 소리를 해도 양쪽 볼이 빨개지는 순수함이야말로 마르코 교수님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이상하리만치 높은 마르코 교수님과는 어느때인가부터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내가 그를 '마르코 형님'이라고 부르면 그는 꼭 내게 '통쌩 씬푸님'이라고 답한다.

한국사람들 보다 더 지나치다 싶은 정도로 사제에 대한 예우가 극진한 그는 그 밖의 다른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지극히 모범적이다.

일년 365일 하루도 걸르지 않고 매일 미사를 바치고 성무일도는 물론 사순때가 되면 얼굴이 꺼칠해질 정도로 단식을 하면서 그 동안의 죄를 보속하는 계기로 삼는 다는 그의 말을 들으면 신부인 내 고개를 저절로 숙여질 정도다.

아직 40대 초반의 나이에 교수직을 맡고 있으면서 신앙생활을 그토록 철저하게 해 나가는 이유로 가끔 '오뿌스 데이(Opus Dei)'회원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럴때도 그의 얼굴은 환한 웃음과 함께 양볼이 빨개지기만 할 뿐이다.

어느 날 야심한 밤에 궁금증이 들어 견딜 수가 없어서 전화를 했다.

"형님, 저 최신부요."

"어, 통쌩 신푸님, 어쩐 일로 이 밤에 전화를?"

"형님, 오뿌스 데이 회원이라며?"

"허허허, 내가 오뿌스 데이 회원이라면 우리 통쌩 신부님 곧 주교서품 받을 준비해야겠지요. 그리고 만약 내가 오뿌스 데이 회원이라면 지금 '산타 크로체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것이고 대저택에서 아이들 여덟명을 낳아서 키우고 있을 걸? 하지만 난 아직 독신이잖아요."

"그건 그렇고 말이 나왔으니 사적인 질문하나 합시다. 왜 아직까지 결혼은 안 한거요? 형님같이 신앙에 있어서 철저한 사람들이 결혼까지 안하고 독신을 지키고 살아가면 우리 같은 신부들은 도대체 어떻게 고개들고 살란 말이요?"

"허허허, 결혼은 안한게 아니라 못한거예요. 내가 하느님 안에서 성가정을 이루고 살기에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어서 아직까지는 엄두를 못내고 있었을 뿐이지 이제부터 천천히 생각해 볼 작정이예요. 그렇다고 이제는 그만한 책임을 맡고 살 정도의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음..."

"형님같은 분은 넘치고도 남습니다. 결혼 안 한 누나 있으면 딱 매형 삼으면 좋겠구만...아무튼 형님 한국사람 좋아하니까 참한 한국 여성으로 한 번 알아봐 드리리까? 하하하"

"한국 여성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요. 허허허"

그 날밤 통화는 그렇게 싱거운 이야기들로 끝이 났지만 하느님에 대한 그의 신실한 태도와 한 책임있는 인간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그의 노력은 알게 모르게 나의 이곳 생활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그런 거룩한 삶을 사는 신자들이 독신까지 지키면서 살아가면 나 같이 어설픈 사제들은 고개를 들고 다닐 형편이 못될텐데 큰 일이다.

그를 장가를 보내는게 쉬울까? 아니면 내 삶을 더 살피고 다듬어서 좀 더 거룩한 사제로 살아가는 것이 쉬울까?

아휴...... 아무래도 그를 장가보내는 것이 더 쉽겠다...어디 좋은 사람 없을까?^^......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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