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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에 대한 짧은 생각] 20110924
작성자김용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24 조회수299 추천수1 반대(0) 신고
2011년 9월 24일 연중 제25주간 토요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9,43ㄴ-45

그때에 사람들이 다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을 보고 놀라워하는데,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들어라.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그 말씀에 관하여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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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들어라.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연신 사람들을 놀래키시는 예수님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갑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이 누구신지 모르는채 그분이 하시는 일을 보며 그분을 따르고 그 소문도 사람들 사이로 퍼져갑니다. 그렇게 예수님은 사람들 사이에 이름 없는 영웅이 되어 가시고 제자들의 무리도 늘어갑니다.

그런데 이런 유명세 가운데서도 예수님의 표정은 전혀 밝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당신의 말씀을 듣고자 하는 이들이 이렇게도 많고 당신을 찾는 이들도 많은데 예수님은 오히려 당신의 불안한 미래를 이야기하십니다.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이야기, 그리고 상상할 수도 없는 미래입니다.

그래서 실제 일이 닥치면 몰랐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들어라.”


묻히고 기억못할 이야기가 뻔한 상황이지만 제자들을 긴장시키는 이 말씀 하나에 당신의 운명을 이야기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모두가 즐거워하고 열광하는 가운데 주님은 그들이 바로 당신을 죽이게 되리라는 말씀을 하고 계시는 중입니다. 제자들이 이 말을 알아듣지 못한 이유를 복음을 적은 이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의 뜻을 감춘 것은 그 말씀이 어려워서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자신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환호와 열기가 예수님의 말씀의 뜻을 짐작하지 못하게 한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느님이 제자들의 생각을 막으신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이 말씀을 연관지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이 자신들의 상황을 두고 하시는 말씀일리 없다고, 무슨 뜻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높을수록 종교의 가치는 드높아진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예수님의 삶에 비춰보고 새기고 세상의 흐름을 정확히 보며 그저 흐르지 말고 바른 길을 걸어야 하는 우리이지만 다수의 논리와 이익에 맞춰가는 세상에 적절히 섞여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그리고 '잘 사는 길'이라 생각하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하느님의 말씀 보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리고 많이 모이는 방법을 찾기도 하고 그것이 열심한 신앙이라고 그저 말 한마디 던지는 것으로 공동체를 이루어 내는 일도 일어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원하는 하느님의 은총을 선언하고 들어주는 것이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참 뜻을 실천하는 것과 같다고 말해서는 안됩니다. 세상이 불의한 질서로 고달픈 이들이 많다면 그 고달픔을 해결해주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그 고달픔의 원인을 고치려 고달픔을 자처하고 살아가는 것조차 복음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그 고달픔을 해결하는 능력을 하느님께 청하고 그 우연처럼 생긴 행운을 은총이라 말하며 그 은총을 위해 열광하고 모여든 이들을 위로하고 독려하는 일도 많습니다. 잘못된 생각과 마음과 삶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생겨난 소수의 행운아가 되려는 이들을 부각시키고 힘든 이들에게 삶의 희망이 아닌 그들 삶을 바꿀 수 있는 돈과 명예를 주어 신분을 바꾸는 것을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말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물론 이런 일들은 사람들을 들끓게 하고 이 일의 매개가 되는 이들을 하느님의 사람으로 드높이는 결과를 가져 옵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하느님을 전해서 일어나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하기에 사람들의 삶은 하느님의 뜻과 엇갈려 있음을 확연하게 볼 수 있고 사람들의 질서 역시도 하늘나라의 질서와 달라 있다면 사람들이 모인 이유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모여든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삶이, 고통이 그분 한분만의 것으로 각인되고 그 영향으로 우리는 좋은 것만을 받는다고 설명된다면 우리 중 누구도 그리스도의 고통의 길이 사랑의 길임을 알고 함께 걷지 않을 것입니다. 삶에서 오는 고통을 덜어달라고 기도하고 대신 복은 가득달라고 말하는 우리의 모습은 분명 그리스도의 삶과는 달라보입니다.


우리 역시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그분 주변에 엄청나게 몰려들지만 온 사방이 십자가를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세상이 되었지만 우리가 그분 곁에 몰려드는 이유가 그것이라면 우리는 분명 그분을 또 다시 세상 마지막 순간의 운명에 몰아세우고 있는 셈일겁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아닙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사랑합니다'라고 소리 높여 고백하고 찬송과 찬양을 거듭할 것입니다.

우리의 그 박수소리에, 그 환호소리에 또 다시 예수님의 말씀은 묻힐 것입니다. 우리의 욕심이 예수님의 진심보다 강하면 예수님의 뜻은 감추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세상에 예수님의 진심에 귀 기울이는 이들이 이 엄청난 소리와 사람들의 숫자에서 예수님의 길을 올바로 걸을 수 있어야겠습니다.


그러나 그러기에 예수님 주변에 모여든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결국 자신을 위해 칼을 품고 있는 이들의 사이를 사랑하나로 걸어가는 일. 그 일에만 충실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흔들리지 말고 말입니다.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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