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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 - 9.25,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25 조회수377 추천수8 반대(0) 신고

2011.9.25 연중 제26주일

에제18,25-28 필리2,1-11 마태21,28-32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

 

 

가을의 대자연 자체가 하느님의 강론입니다.

참되고 좋고 아름다운,

진선미 하느님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하느님의 강론입니다.

저절로 감사와 찬미가 흘러나옵니다.

 

가을은 어느 계절보다도 감사와 찬미에 합당한 기도의 계절입니다.

여기 사는 우리 수도승들 역시

오늘 새벽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의 기도로 주일을 활짝 열었습니다.

 

 

위로 하늘을 보며 하느님의 순수를 배우라 눈 들면 가을 푸른 하늘이요

아래로 하느님의 겸손을 배우라 눈 내리면 땅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끊임없이 우리를 당신께 돌아오라 부르시는 주님이십니다.

하늘의 순수로, 땅의 겸손으로 돌아오라 부르시는 주님이십니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예나 이제나 여전히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시는 주님이십니다.

회개하여

지금 여기서 하늘나라의 행복을 살라는 주님의 자비로운 초대입니다.

 

오늘은 회개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제목은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입니다.

 

 

 

회개는 지금 여기서 입니다.

 

과거와 미래는 우리의 영역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역입니다.

우리가 사는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여기입니다.

과거에 아파할 것도 없고 미래에 두려워할 것도 없습니다.

 

현재가 과거를 치유하고 미래를 마련합니다.

하느님은 과거를 묻지 않습니다.

자주 보속 처방전으로 써드리는 이사야서 말씀이 생각납니다.

 

‘지나간 일을 생각하지 마라.

흘러간 일에 마음을 묶어두지 마라.

보아라, 내가 이제 새 일을 시작하였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은 회개한 자에게 과거를 묻지 않습니다.

 

주님은 오늘 지금 여기 내 삶을 보십니다.

과거에 아무리 잘 살았다 해도 지금 못 살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과거에 못 살았다 해도 지금부터 잘 살면 구원입니다.

 

에제키엘 예언자가 전하는 주님의 말씀이 이를 입증합니다.

 

“의인이 자기 정의를 버리고 돌아서서 불의를 저지르면,

  그것 때문에 죽을 것이다.

  …그러나 악인이라도 자기가 저지른 죄악을 버리고 돌아서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면, 그는 자기 목숨을 살릴 것이다.

  자기가 저지른 모든 죄악을 생각하고 그 죄악에서 돌아서면,

  그는 죽지 않고 살 것이다.”

 

오늘 지금 여기가

죄악을 버리고 돌아서서 주님을 섬겨야 하는 회개의 자리입니다.

바로 이의 모범이 복음의 세리와 창녀들입니다.

과거에 지은 죄악이 많았을지 몰라도

요한의 설교에 즉시 회개하고 주님께 돌아와 믿은

세리와 창녀들에게 구원을 선언하는 주님이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들어간다.”

 

 

 

회개는 마음입니다.

 

본래의 제자리 제 마음으로 돌아오는 게 회개입니다.

하늘의 순수로, 흙의 겸손으로 돌아오는 게 회개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하느님께 돌아올 때 순수한 마음에 하느님을 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하느님께 돌아올 때 겸손한 마음에 하늘나라를 소유합니다.

순수와 겸손이 바로 우리 본래의 마음자리요

이 마음자리로 돌아오는 게 회개입니다.

 

주님께 돌아와 미사를 거행하는 성전 역시 순수와 겸손의 회개의 자리입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 마음의 롤 모델이신 온유하고 겸손하신 주님을 만납니다.

모든 문제는 나에게 있고 답 또한 나에게 있습니다.

 

내 마음 깊이에서 주님을 만날 때 이웃 간의 문제도 저절로 해결됩니다.

사도 바오로의 간곡한 권고입니다.

 

 

“무슨 일이든 이기심이나 허영심으로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십시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

 

예수님 마음을 내 롤 모델로 삼으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우리들과 똑 같아 지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바로 주님의 이 마음, 이 모습이 우리가 평생 배워야 할 롤 모델입니다.

 

평생 비움과 낮춤, 겸손과 순종의 여정에 항구할 때

주님을 닮아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입니다.

 

비상한 회개의 삶이 아니라 제자리에 돌아와 기본에 충실한 삶입니다.

 

서울 시장 유력 후보인 박 원순 씨의 인터뷰 기사 중

다음 진솔한 대목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서울 시정을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 이런 거거든요.

  서울 시정은 서울 시민을 위한 것이잖아요.

  개인의 욕심을 위하여 서울 시정이 희생되어선 안돼요.”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 는 말에

전폭적으로 공감했습니다.

 

상식과 양식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회개요,

너무나 기본에서 벗어나 탈선했기에 온각 파생되는 문제들입니다.

 

기본의 그 자리에서 만나는 주님이십니다.

 

 

 

 

회개는 실천입니다.

 

순종의 실천으로 표현될 때 온전한 회개입니다.

복음의 큰 아들이 그 모범입니다.

포도밭에 가라는 아버지의 명령에 ‘싫습니다,’ 대답했지만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갑니다.

 

마음의 회개는 즉각적으로 실천의 행동으로 연결됩니다.

바로 큰 아들이 지칭하는바 세리와 창녀들이요,

이들은 요한의 설교에 즉각 마음을 바꿔

주님을 믿고 따르는 실천의 행동을 보여줬습니다.

반면 복음의 작은 아들이 가리키는 대상은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입니다.

포도밭에 가라는 아버지의 명령에 ‘가겠습니다. 아버지!’ 하고 말했지만

가지 않은 작은 아들처럼 말 만 있고

회개의 실천이 없는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을 향한 주님의 질책이

참 엄중합니다.

“너희는 그것을 보고도 생각을 바꾸지 않고 끝내 그를 믿지 않았다.”

 

 

회개의 실천이 구원의 보증이요 반석위에 인생 집을 짓는 것입니다.

악인이라도

죄악을 버리고 하느님께 돌아서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면 삽니다.

 

하느님 뜻의 실천이, 사랑의 실천이, 공정과 정의의 실천이 감동을 줘

하느님의 마음을,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어제 민주당에서 제안한 '야권 단일후보 경선' 규칙을

조건 없이 받아들인 박원순 변호사의 결단의 행동이 참 감동스러웠고,

문재인 씨의 ‘내 마음을 비우면 국민의 더 큰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조언과 격려에 힘입어 오늘의 어려운 결정에 이를 수 있었다는

그의 진솔한 고백 역시 아름다웠습니다.

 

민심은 천심입니다.

마음을 비우면 민심과 더불어 천심도 얻습니다.

 

 

 

비상하거나 거창한 회개가 아닙니다.

 

너무나 기본에서 벗어난 사회요 삶입니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회개요

하느님의 자리 내 자리로 돌아가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살아가는 게 회개입니다.

 

회개의 자리는 지금 여기입니다.

주님은 지금 여기서 새롭게 시작하는 회개를 보십니다.

 

회개는 마음입니다. 

본래의 순수와 겸손의 마음을 회복하는 회개입니다.

 

회개는 실천입니다.

주님의 뜻을 순종으로 실천하는 회개입니다.

 

평생 죽을 때까지 끊임없는 회개의 여정 중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에

회개하는 마음으로 당신께 돌아온 우리 모두에게

회개의 여정에 항구할 수 있는 힘과 은총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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