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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3 엄마들에게 / 최강 스테파노신부
작성자오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01 조회수442 추천수8 반대(0) 신고
 
 

고 3 아들을 둔 한 자매님의 이야기다. 하루는 아들이 비장한 결심이라도 한 듯이 말하더란다.



“엄마, 지난 번에 말씀드린 봉숙이랑 헤어졌어요.”    

“아니, 왜? 갑자기 왜 그랬어?”

“아니요, 하도 따라다녀서 사귀기로 했는데요, 수능도 얼마 안 남았는데 방해가 많이 돼서요.”


“그랬어? 뭐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게 봉숙이 하고 함께 내린 결정이야?”


“아니요. 봉숙이는 내가 헤어지자고 말한 다음에는 밥도 안 먹고 책도 안 본데요.”


“너 이리와 봐. 그럼 네가 그 알량한 공부 좀 한다고 일방적으로 봉숙이에게 헤어지자고 선언한거야?”


“네. 여자친구는 일단 대학 들어가고 나서 만나려고 해요.”


“뭐? 대학? 넌 대학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어. 뭐 여자친구랑 헤어진다는 이유가 꼴랑 대학 때문이라고?     대학이 사람보다 더 중요하다고 엄마가 가르치던? 선생님이 가르치던?"


"네... 선생님이 그렇게 가르치던데요."


"뭐? 음... 저기... 그렇게 해서 대학에 들어가면 뭐 하는데? 너 웃기는 애다. 대학이 너한테만 중요한 문제고 봉숙이한테는 아니야?”


“아이, 엄마 왜 그러세요. 다른 엄마들 같으면 이럴 때 오히려 잘 했다고 칭찬할 텐데...”

“칭찬? 자기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사랑이든지, 의리든지 헌신짝처럼 저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해 줄 칭찬은 아예 없네요. 아저씨.”

 


그 다음 날 저녁, 그 자매님은 학교 정문 앞에서 자정이 가까워질 때까지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다가 아들과 봉숙이를 함께 데리고 늦은 야참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단다.

자기 아이에게는 제법 집에서 먼 그 레스토랑에서 집까지 ‘사는데 뭐가 더 중요한 가치들인지 생각하면서 집까지 걸어오든지 아니면 거기서 자든지 알아서 하라’고 말해 놓고 너무 고마운 마음에 금방이라도 터뜨릴 듯 눈물이 글썽글썽 해져 있는 봉숙이를 집까지 태워다 주었다는 그 자매님이 내게 한 마지막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신부님, 도대체 어떻게 키워야지 내 아들이 세상 살아가는 얄팍한 속임수에 맛들이지 않고 하느님과 사람 모두에게 신실한 인간으로 서있을 수 있을까요?”

“다른 거 없을 것 같은데요. 지금처럼 엄마가 흔들리지 않는 나무로서 세상의 바람에 맞서서 꿋꿋하게 서 있는 모습을 간직하고만 계신다면 언젠가 그 아이 역시 큰 나무가 되어 서 있을 것입니다.”

사람 살아가면서 내 인생이 소중한 것만큼 다른 사람의 그것 또한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깊이 깨닫는 것보다 중요한 깨달음이 또 있을까? 한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서 자기 아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아이 역시 소중하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그 깨달은 바를 자기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보다 더 큰 역할이 있을까?

대학진학이 다른 모든 가치들보다 위에 서 있는 고3이라는 현실 속에서 그 날밤, 그 아이는 연습문제 몇개 풀어보는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인생문제를 풀면서 소중한 시간을 지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 엄마는 아주 적절한 순간에 중요한 가르침을 그 아이에게 건네준 것이다.

전화통화를 마치고 늦은 밤길 집까지 터벅터벅 걸어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그 아이를 생각하면서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래, 인생을 살면서 그런 길 걸어보는 너는 행복한 거야. 내가 소중한 만큼 너 또한 너무도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아주 조금이나마 깨닫는다면 추운 날 떨면서 그런 길 걸어보는 너는 아주 행복한 아이야."

한국의 모든 고 3들, 고 3 엄마들이여...... 수능이 며칠 안남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수능보다 훨씬 중요하면서도 재밌는 거리들이 아주 많답니다. 내가 힘들때 오히려 나보다 더 힘든 친구들을 위로해 가며 함께 걸어가는 길... 고통속에서 피워내는 사랑의 꽃향기에 취해 보세요.
모두 힘내시길... 아자! 아자! 아자!

“형제 여러분, 내가 여러분을 찾아 갔을 때에 나는 유식한 말이나 지혜를 가지고 하느님의 그 심오한 진리를 전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것은 내가 여러분과 함께 지내는 동안 예수 그리스도, 특히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하였기 때문입니다.”(1고린2,1-2)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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