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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독감 예방주사 / 최강 스테파노신부
작성자오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02 조회수515 추천수6 반대(0) 신고
 

 

 

휴게실 게시판에 독감 예방 접종을 한다는 소식이 붙어 있었다. 원래 독감 예방 주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려는데 왜 그때 그런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는지......

“만약 내가 독감에 감염되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도 있는데 그것보다는 미리 예방 주사을 맞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 아닐까?”

그런데 내가 접종을 원한다는 표시를 남기고 며칠이 지난 뒤 신청 마감날이 되어 그 신청서를 보니 은퇴한 몇몇 할아버지 신부님들을 빼놓고는 예방 접종을 신청한 신부들이 없었다. 뒤늦게 ‘아뿔사, 내가 너무 깊게 생각했나’하는 후회가 순간 들었지만 ‘수요일 오후 실시’라는 공고를 본 뒤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나는 주중에는 수업이 꽉 차 있어서 주치의가 오는 수요일 오후에는 집에 와서 주사를 맞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수요일 밤이 되니까 이 곳 원장 신부님이 내게 물었다.
“최 신부, 예방 주사 신청해 놓고 왜 안 왔어?”
난 속에서 터져 나오는 안도감을 애써 감추면서 조금 실망한 얼굴 표정으로 말했다.
“수업 때문에 저는 주치의가 오는 수요일 오후에는 불가능해요. 꼭 주사를 맞았어야 했는데 뭐 할 수 없죠.”

내가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원장 신부님 역시 안타까운 표정으로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나를 지나쳐 갔다. 초등학교 다닐 때 학예회에서 발휘했던 연기 실력이 뒤늦게 다시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아니 빛을 발하는 순간이라고 믿고 있었다.

다음 날 점심시간, 원장 신부님이 내 식탁에 오더니 ‘3시 반에 자기 사무실로 좀 와보라’고 했다.
“무슨 일이죠?”
“와봐, 최신부에게 줄게 있어.”

호기심에 부풀어서 사무실에 갔더니 원장 신부님은 나를 다짜고짜 양호실로 끌고 갔다. 그리고는 깜짝 놀랄 발언과 함께 냉장고 안에 보관되어 있는 주사기를 꺼내 내게로 달려들었다.

“어제 최신부가 너무 실망하는 눈치여서 내가 특별히 주치의에게 부탁했더니 아주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 마침 냉장고에 두고 온 주사 세트로 나보고 직접 접종을 해 주라고 하더군. 참 고마운 사람이야. 자, 팔 걷지.”

바로 문 밖으로 도망치려다 옷소매를 잡힌 채 나만큼이나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는 원장 신부님께 물었다.
“알았어요. 맞을께요. 맞긴 맞는데 한 가지만 말해 주세요. 주사 놔본 적 있죠? 아프리카에 계실 때 주사 많이 놓아 보셨어요?”
“물론, 음~~~ 없었지. 이게 첫 번째야.”
하지만 그때는 이미 주사 바늘이 내 팔뚝의 근육 속에 깊이 박혀 있었고 원장 신부님은 비장한 표정으로 숙달된 의사나 간호사보다 한참 오려 걸려서 내 몸 속에 주사약을 밀어 넣고 있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솔직해야 될 이유는 비단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순간을 모면하려는 얕은 술수는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할뿐더러 결과적으로는 자신에게도 폐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군다나 하느님의 말씀을 진리로 믿고, 전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이라면 먼저 스스로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진실한 삶의 자세로 살아가는 모습을 가져야 한다. 말씀은 결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선포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주님은 결코 자신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지 않으셨다.

‘예수회원’을 뜻하는 이탈리아 말, 'gesuita'가 왜, 그리고 어떻게 비유적인 의미로는 ‘위선자, 계략꾼’으로도 통하게 되었는지 특히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복음을 선포하는 사람들은 그 까닭을 물어야 한다. 복음과 삶은 물과 기름처럼 나뉘어 질 수 없다. 복음이 곧 삶이고 삶이 곧 복음이 되어야 한다.

빨갛게 부어 오른 팔뚝을 거울에 비춰보며 다시 한 번 정직한 자세, 복음적 태도로 말하고 살아갈 것을 다짐해 본다. 이 예방 주사는 나의 위선적 삶에 대한 예방의 의미까지도 함께 담고 있었다.

“우리는 하느님께 인정을 받아 복음을 전할 사명을 띤 사람으로 말하는 것이며, 사람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살피시는 하느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려고 말하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지금까지 아첨하는 말을 쓴 적도 없고 속임수로써 탐욕을 부린 일도 없습니다.”(1데살2,4-5)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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