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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군인주일 기도에 대한 추억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03 조회수442 추천수3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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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인주일 기도에 대한 추억




세월이 유수같이 흘러, 베트남 전장을 거쳐 육군 병장으로 병역을 마친지도 어느새 4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군대 시절 논산훈련소 조교와 베트남 전장과 최전방 철책선 부대를 두루 경험한 처지라서 각별한 군대 시절 추억도 많은 편입니다.

그러나 나는 군 제대 후 10년쯤 지나면서 우리나라 군대에 관해 뼈아픈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1961년의 5·16쿠데타와 1979년의 12·12쿠데타, 또 1980년 5·17군사정변 등을 보고 듣고 겪으면서 군에 관한 뼈저린 성찰 속에서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1980년대에는 우리나라를 위한 기도 중에 우리 군을 위한 기도도 많이 바치곤 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태안 본당에서 내가 미사해설을 도맡다시피 했는데 ‘신자들의 기도’ 때 절절히 기도를 바친 적이 여러 번이랍니다.    
    
오늘 또다시 ‘군인주일’을 지내며, 내가 1980년대 어느 해 태안 본당에서 미사 중에 바쳤던 기도를 소개해 봅니다.  

【만군의 왕이신 주님. 군인주일인 오늘, 우리 대한민국의 국군을 위해 기도합니다. 조국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존재하는 우리 국군을 축복하소서. 험난한 세월 피 흘리고 목숨 바쳐 나라를 지켜 온 그 충절이 찬연히 빛나게 하소서. 그러나 주님, 우리 국군으로 하여금 국토방위와 평화수호와 민주주의 수호라는 성스러운 절대 명제에만 오로지 충실하게 하소서. 정치권력에 오염된 일부 정치군인들이 우리의 군을 지배하지 않게 하소서.

정의이시며 진리이신 주님. 군이 정치에 개입하고 권력을 탐함으로써 비극의 악순환, 불행의 늪 속에 빠진 많은 나라들―군이 부당한 독재 권력의 발판과 모체 구실을 하는 저 아프리카와 중남미 후진국들의 실상을 우리의 군이 교훈 삼게 하소서. 더 나아가 군이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국토방위에 전념하는 것만이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오늘 새로이 깨닫고 확인하게 하소서.

우리의 길잡이이신 주님. 우리 국군으로 하여금 우리나라가 민주화의 길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방해자가 아닌 보호자의 역할을 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주님, 우리 국군으로 하여금, 학생들은 공부를 하고 근로자들은 일터를 지키라고 하는 것만큼 군도 제자리를 지키며, 피로써 이룩한 군의 고귀한 명예를 더욱 빛내며 지켜나가도록, 우리의 군을 보호하소서.】

이 기도문은 1987년 10월 4일치 <대전주보>에 실리기도 했는데, 유신 시절과 5공 초기에 더 신랄한 내용의 글도 실어주곤 한 <대전주보>에 지금도 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지요하(소설가‧태안성당)
    

*천주교 대전교구 <대전주보> 2011년 10월 2일, 연중 제27주일(군인주일) 제2104호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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