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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12: 미사에서의 행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7-03 조회수5,917 추천수0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 (12) 미사에서의 행렬


하느님 도성 향해 나아가는 그리스도인의 모습

 

 

미사 거행 안에는 네 번의 행렬이 있다. 사제가 봉사자들과 함께 회중을 가로 질러 제대를 향해 가는 입당 행렬, 말씀 전례에서 복음 선포를 위해 「복음집」을 들고 제대에서 독서대로 가는 행렬,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될 예물을 제대에 가져가는 행렬, 영성체하러 나아가는 행렬이 그것이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44항 참조) 

 

각 행렬에는 노래가 따르는데, 입당 노래, 복음 환호송, 봉헌 노래, 영성체 노래가 이에 해당한다. 제대를 중심으로 배치된 다양한 전례 공간들은 이러한 예식 행위와 행렬의 움직임에 의해서 서로 연결된다.

 

 

입당 행렬

 

“교우들이 모인 다음, 사제와 봉사자들은 거룩한 옷을 입고… 제대를 향해 나아간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120항) 

 

미사의 입당 행렬은 ‘백성이 모인 다음’ 시작한다. 이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사의 시작부터 하느님의 부르심에 의해 소집된 공동체를 전례 거행의 중요한 조건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은 아브라함처럼 이 세상에 영원한 거처가 없음을 깨닫고 하늘 본향을 갈망하며 그 곳을 향해 걸어가는 나그네와 같은 존재이다.(히브 11,8 이하 참조) 

 

행렬은 이 순례하는 백성으로서 교회의 모습과 부름 받은 존재로서 걸어가야 할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상기시켜 준다. 교회는 주일마다 성찬의 희생 제사를 거행하며 마지막 ‘주님의 날’, 영원한 하느님의 도성을 향하여 나아간다. 이러한 교회의 모습은 감사 기도 제3양식 안에서도 잘 나타난다. 

 

“아버지께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의 힘으로 만물을 살리시고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백성을 끊임없이 모으시어 해돋이에서 해넘이까지 깨끗한 제물을 드리게 하시나이다.”(「로마 미사 경본」 621쪽) 

 

입당 행렬은 그날 전례의 성격을 나타내는 여러 표지들과 함께 거행되는 신비를 미리 보여준다. 주일이나 대축일 미사와 같은 중요한 거행에서 입당 행렬은 성대한 방식으로 할 수 있다. 향을 피운 향로와 십자가 그리고 불 켜진 초를 들고 가는 복사들을 차례로 앞세우고 다른 봉사자들과 사제가 그 뒤를 따른다. 이때 신자들은 행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입당 노래를 부름으로써 사제와 결합되어 거룩한 제사가 봉헌될 제대를 향하여 함께 나아간다. 경우에 따라서 부제나 독서자가 「복음집」을 조금 위로 올려 들고 사제 앞에 서서 행렬한다.

 

 

복음집 행렬

 

복음 봉독은 말씀 전례의 정점이다. 동방과 서방의 전례 전통에서는 그리스도의 상징인 「복음집」을 아름답게 장식하여 특별한 공경을 표현하였다. 특히 성대한 미사 거행에서 「복음집」을 사용함으로써 복음 봉독에 가장 큰 경의를 드릴 수 있다. 곧 복음 선포 전에 촛불과 향로를 앞세우고 다른 공경의 표지와 함께 복음집 행렬을 성대하게 한다. 

 

“이 행렬은 그리스도의 오심, 곧 당신 이름으로 교회에 부르신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시려고 오시는 그리스도를 상징한다.”(「복음집」 서문 12쪽) 그리고 이 행렬 동안 신자들은 복음 환호송을 노래함으로써 “복음 선포에서 자신들에게 말씀하실 주님을 환영하고 찬양하며 그분에 대한 믿음을 고백한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62항) 

 

따라서 이 행렬은 단순히 독서대를 향한 이동이 아니라 생명의 양식인 말씀을 나누어주실 그리스도를 맞이하는 것이다. 이때 신자들은 다함께 일어서서 기쁨의 환호를 노래하며 주님의 살아있는 말씀을 들을 마음의 준비를 한다. 

 

 

봉헌 행렬(예물 준비 행렬)

 

미사 거행의 세 번째 행렬은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가 거행될 중심 장소인 제대를 향해 있다. 이 행렬에서 신자들이 제대에 가져가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될 예물인 빵과 포도주만이 아니다. 곧 그리스도의 봉헌과 결합하게 될 우리 자신도 제대로 가져가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다음과 같은 가르침은 예물 준비의 이 행렬이 지닌 가치와 영적인 의미를 밝혀준다.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는 그 머리와 함께 봉헌된다. 교회는 그리스도와 함께 자신을 온전히 바친다.… 성찬례에서 그리스도의 제사는 그 신비체의 지체들의 제사이기도 하다. 신자들의 삶, 찬미, 고통, 기도, 노동 등은 그리스도의 그것들과 결합되고 그리스도의 온전한 봉헌과 결합되며, 이로써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된다.”(1368항) 

 

 

영성체 행렬

 

미사에서의 행렬은 영성체를 위해 나아가는 행렬에서 정점을 이룬다. 이 행렬은 성찬의 잔치에 참여하는 이중적 차원, 곧 공동체적 차원과 개인적 차원을 표현한다. 공동체적 차원은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시기 위해 함께 걸으며 영적인 일치와 기쁨을 드러내는 노래를 부를 때 드러난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86항 참조)

 

개인적인 차원은 각 신자가 성체를 모시기 전에 합당한 공경을 표시하고 믿음의 표지로 ‘아멘’하고 응답할 때 나타난다.

 

김기태 신부(인천가대 전례학 교수) - 인천교구 소속으로 2000년 1월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7년 6월 17일, 김기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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