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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미사는 행복한 혼인잔치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08 조회수631 추천수6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1년 가해 연중 제 28 주일 - 미사는 행복한 혼인잔치

 


 

저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 대부분이 하는 것은 하기 싫은 청개구리 성격이었습니다. 아마 태어날 때부터 그랬나봅니다. 머리가 짱구인데 아기 때부터도 하도 고집이 세서 어머니가 놓아둔 대로 머리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짱구가 되었다는데 제 성격상 아주 일리가 없는 말도 아닌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신학교 들어가기를 원하셨습니다. 그것을 뿌리치고 대학 학력고사 볼 때 어머니는 대학 떨어지고 신학교 가라고 시험 보는 날 아침에도 계란 프라이와 미역국을 끓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점심도 계란 프라이가 든 햄버거를 싸 주셨습니다. 그러나 그런 역경 속에서도 대학에 합격하였고 성당에서 봉사도 해 가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군대 갔다 오니 저 역시 보통 사람들이 사는 그런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취직해야 하고 돈 벌어야 하고 결혼해야 하고... 경영학 수업을 들으면서 몇 십 원 원가 절감을 위해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야 하는 삶이 그렇게 처량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살아가는 그런 삶의 일원이 돼야 한다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조금씩 사제의 삶이 특별해 보이기 시작했고 또 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갈등으로 혼자서 괴로워하고 있을 때, 저와 함께 한 부잣집 가정에서 과외를 가르쳐주던 여자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화장을 예쁘게 하고 원피스를 입고 저에게 다가와 차 한 잔 하며 이야기 하자고 했습니다. 이야기는 가르치는 집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기에 바보가 아닌 이상 그것이 데이트 신청하는 것임을 눈치 채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평상시 같았으면 좋아했겠지만 그 때는 상황이 좀 달랐습니다.

‘왜 하필 성소에 대해 고민할 때?’

왠지 방해가 되는 일이 생기니 제가 하는 고민에 더 확신이 생겨갔습니다. 그 이후로도 그동안은 잠잠하다가 여기저기서 다가오는 여인네들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이 갑작스런 변화에 사제의 삶이 더 좋은 것임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고 신학교 들어가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청개구리 성격이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느님의 부르심이 있을 때는 그만큼 강한 반대 유혹도 함께 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유혹에 빠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럴 때 청개구리 성격이 필요한 것입니다. 어차피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길은 좁기 때문입니다. 마치 공기 중 우리에게 필요한 산소는 21%밖에 안 되는 것과 같습니다. 대부분이 선택하는 것과 반대로 선택하며 살아간다면 구원에 쉽게 다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 올바른 선택을 하고나면 그 고요히 흐르는 행복에 도취되어 반대 유혹을 이겨내기가 더 쉬워집니다.

옛날 그리스신화에 어떤 성에는 사람을 유혹하는 일종의 여신인 ‘사이렌’들이 있어서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그 근방으로 지나가는 선부들과 여객들을 모아 그 섬으로 유인하고 돈을 다 빼앗을 뿐더러 마지막에는 생명까지 해쳤다고 합니다. 한번은 어떤 배가 그 섬 근처를 지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마침 그 배 안에는 당시에 유명한 음악가 울피어스가 타고 있어 ‘하프’를 연주하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어 선주 이하 모든 여객들은 그 음악에 도취되어 그 사이렌이 울리는 섬을 무사히 지나갔다고 합니다. (BNC 예화사전)

사랑의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해야 한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거짓 행복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더 큰 참 행복으로 채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신학교 들어와 보니 밖에 있을 때보다 더 행복해서 세상 유혹들은 더 이상 유혹이 되지 못했습니다.

 

요즘은 전례력의 끝을 향해 달려가기 때문에 계속 종말에 대한 복음을 듣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도 마지막 날의 심판이 어떻게 이루어지리라는 하나의 또 다른 예화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당신 아들의 혼인잔치로 초대합니다. 잔치는 행복입니다. 에덴동산이 잔치이고 행복입니다. 그 에덴동산에 있었던 나무가 생명나무입니다. 생명나무는 영원히 살게 하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즉, 이 혼인 잔치의 신랑은 그리스도이시고 그 양식은 그 분의 몸이며 그 혼인 잔치에 참석하는 모두가 그 양식을 먹고 그 분과 한 몸이 되는 신부들인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거행되고 있는 미사가 하느님나라 혼인잔치의 모습이고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혼인하는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은 없습니다.

물론 하프 소리가 있으면 사이렌 소리도 있게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드러운 하프 소리보다 강렬한 사이렌 소리에 쏠리게 됩니다. 대다수가 천상 혼인 잔치에 참석하는 것보다는 자신들이 믿는 행복을 찾으며 그분의 초대에 응답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의 쾌락에 비해서 미사는 재미없고 따분해 보이기만 합니다.

행복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세상 짧고 강렬하지만 항상 더 큰 공허함을 남기는 세상이 주는 행복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혼인잔치인 미사가 가장 행복한 시간임을 느끼고 깨닫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혼인 잔치에 참석 했지만 실제로는 세상에 속한 사람이 존재합니다. 바로 혼인 의복을 입지 않은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런 사람은 초대에 응해 미사에 참석하기는 하지만 합당한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미사엔 참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삶으로 덕과 사랑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 또한 믿지 않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고 마지막 날엔 아버지의 심판으로 잔치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이런 사람은 혼인잔치가 행복이 아니라 고통의 시간일 뿐입니다.

 

저도 어렸을 때 한 친구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아 간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 집은 못살았는데 그 친구의 집은 매우 잘 살았습니다.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신발을 벗어보니 양말에 구멍이 크게 나 있는 것입니다. 저는 너무 창피해 그 구멍을 다른 발로 가리느라 음식 맛도 몰랐고 빨리 시간이 흘러 집에 가기만을 바랐습니다. 기분 좋은 잔치였지만 내 자신이 그 잔치에 대해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니 정말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만약 지금 미사 시간에 혼자 냄새나는 다 찢어진 누더기 옷을 입고 앉아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에 못 견디고 자신이 스스로 나가버릴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늘나라 혼인잔치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들어가면 본인 스스로가 버티지를 못합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심판은 하느님이 하시는 것이지 그 종들은 무조건 사람들을 데려오기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하늘나라는 그리스도의 피로 자신들의 도포를 빨아 희게 한 이들의 모임입니다. 세례를 받았더라도 다시 더럽혀 졌다면 고해성사로 다시 깨끗이 빨아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을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의 몸을 분별없이 먹고 마시는 자는 자신에 대한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 (1코린 11, 29)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 받은 이는 적다.”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미사에 참석하는 우리들은 이미 세상의 모든 즐거움들을 제쳐두고 주님의 초대에 응한 사람들입니다. 의복만 제대로 갖추어 입고 있다면 하느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따 놓은 당상입니다. 미사란 혼인잔치이고 그에 합당한 옷만 입으면 된다는 것을 알면 됩니다.

이렇게 종말의 심판 이야기는 우리에게 두려움만 주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심판이 이루어지는지 알기에 우리의 구원에 대한 확신도 줍니다. 그런 확신이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하는 것입니다.

구원받았기에 누가 욕을 해도, 돈을 빼앗겨도, 창피를 당해도 행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행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참 혼인잔치에 참석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행복을 안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사이렌 소리는 유혹이 아니라 그저 시끄러운 잡음에 불과하게 됩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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