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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에 대한 짧은 생각] 20111008
작성자김용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08 조회수305 추천수1 반대(0) 신고
2011년 10월 8일 연중 제27주간 토요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27-28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을 하고 계실 때에 군중 속에서 어떤 여자가 목소리를 높여,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 하고 예수님께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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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


막연한 상상을 해 봅니다. 혹시라도 예수님이 내 가족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나의 가족이 훌륭하고 위대한 사람이라면 덩달아 유명해지고 그 관계로 인해 주어질 일들이 상당한 상상은 놀라운 기쁨일 수 있습니다.

사람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는 우리의 문화에서 가족 중 누구라도 대단한 능력이나 지위를 가진 이가 있다는 것은 세상을 행복하고 편히 살 수 있는 조건 중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오늘 한 사람은 목소리를 높여 예수님께 말씀을 건넵니다.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생각이며, 우리의 삶의 모습입니다. 이처럼 대단한 사람이 가족이라면 그 영광은, 또 그 행복은 말도 못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어찌 복을 주셔서 그런 일이 생겼는지 부러워하고 때로 질투할만도 한 일입니다. 그리고 당장 주변에 나는 그런 인연이 없는지, 우리 집 안에는 이런 일이 없는지 찾아보고도 싶을 일입니다. 아니면 지금 이 사람과 그 이상은 될 수 없을지라도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어보려고 시도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답은 너무나 간결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


그 높았던 목소리, 우리의 생각, 우리의 가치, 우리의 문화가 예수님의 대답 안에서 일시에 허물어져 버립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냉정하기만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연결고리를 끊어내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예수님의 가치는 혈연으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 받고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이 말씀은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냐'하신 예수님의 말씀과 같은 뜻으로 닿지만 그 느낌은 한 결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듣는 입장에 있어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성모님께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가족이라는 가장 밀접한 관계 속에서도 가장 깊은 어머니의 가치에 대해 예수님의 냉정한 정리는 순식간에 우리의 생각을 정지시키기에 충분한 단호함입니다.


하느님 앞에서조차 우리는 관계를 형성하고 짐작하고 단정하는 일에 익숙한 우리입니다. 지금도 우리는 자주 하느님께서 더 사랑하시는 사람을 말하곤 합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이런 구분이 생긴 것이 하느님께 받는 사랑의 순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에도 우리는 마치 하늘나라로 가는 순서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하느님의 거룩하심이라는 설명할 수도 없는 가치를 통해 그 가치를 매겨버리는 일에도 익숙합니다.

그리고 이런 가치는 바로 복음 속의 여인의 목소리로 연결되어 버립니다. 그들의 가족이 되는 것이, 혹은 우리 가족 안에 그런 이들이 등장하는 것이 하느님의 은총의 증거이며 특별한 지위에 오르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어 버립니다.


그러나 그런 우리에게 오늘 복음은 신앙의 가치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에게 오신 하느님이 그런 관계를 통해 우리를 은총으로 질서를 세우고 더 사랑하고, 더 낳은 신앙의 삶이라는 것을 세우시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핏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모든 삶을 통해 하느님을 알게 되고, 살게 되어, 모두가 구원을 얻는 것이 유일한 가치입니다. 결국 예수님은 당신이 타고난 핏줄을 당신의 성혈을 통해 모든 이들에게 나누어주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분의 성체를 영하며 그분의 가족 관계에 모두가 동등하게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관계로 평가되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분에게 얼마나 가까운가를 궁금해하고 그것으로 우리를 평가하려는 시도는 하느님이 세우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하느님과의 거리감일 뿐입니다. 우리가 천국을 가겠다고 말하면서도 그 곳에서도 차별이 존재하고 우선 순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곧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우리 나름의 판단일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관계를 봐 가면서 사랑하셨다면 그분의 사랑이 한 없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의 가족이어서 더 좋은 자리,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면 그 말은 합당한 일입니까? 우리가 그렇게 살아간다고 해서 그것을 하느님께로 덮어 씌우는 일은 해서는 안되는 짐작이며 상상입니다.


이미 예수님이 이렇듯 단호히 설명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말씀을 성모님을 무시하는 말들로 이용하거나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상관 관계로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의 모습은 안타까움입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가족이지만 혹시나 이런 관계로 대우을 받거나 평가받지 않을까 가끔씩은 걱정하고 의심하며, 이 때문에 기도하게 되는 상황이 한탄스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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