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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벌써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09 조회수366 추천수1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벌써
                                   이순의
 
 
 

 
 
집앞 남의 대파밭 풍경이 을씨년스럽습니다.
덮게 위에 또 덮게를 덮고
깡통 화덕에서 피어 오르는 불꽃 연기는
치열한 여름을 잊게 합니다.
언제 그 몸부림 하였던가요?
지금 얼어서 버리게 될까봐
걱정인걸
언제 어린 날 있었던가요?
 
 
 

 
 
우리 밭자리에서는 그나마라도
일손을 펴지 못합니다.
대파 밭이야
어제 뽑아서 담요 쒸어두었다가
오늘 껍질 벗겨 묶으면 된다지만
우리 총각무는 당일 당일 뽑아서 묶어야 하니
얼은 잎이 녹아 눈물이 되어 흐르기 전까지는
마냥
불 쬐며 기다리는 수 밖에요.
두런두런 어머니들의 이야기 소리조차 지루합니다.
그저 활활 타는 모닥불만 신이 나서
어른들의 뺨이나 간지르고 눈물샘이나 후비면서 
따스한 장난질을 합니다..
 
 
 
 
 

 
 
찬서리 오신걸 보니
벌써
서울 집에 갈 날이 되었나 봅니다.
그 여름의 고생은 다 어디에 묻어 두고
따스한 장작불에 달궈진 물 주전자가
향 짙은 믹스 커피 한 잔 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너도 한 잔 해.>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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