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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믿는 대로 될 것이다 /최강 스테파노신부
작성자오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10 조회수693 추천수14 반대(0) 신고
 
 
 

말씀의 전례를 마치고 성찬의 전례를 거행하기 위해 제대를 향해 다가갔더니 - 이곳에서는 말씀의 식탁과 성찬의 식탁을 철저히 구분한다 - 제대 한 구석에 어떤 어린아이의 사진 한 장이 놓여져 있었다.

교우들을 향하여 사진 속의 아이가 누구며 왜 사진을 제대 위에 놓았는지를 묻자 아이의 엄마가 무슨 큰 죄라도 지은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마리아라고 하는 제 아이인데 건강이 너무 좋지 않아서 주님께 그 아이를 맡겨 드린다는 지향으로 사진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냥 저 혼자 기도하는 것 보다 사제가 미사를 드리는 제대 위에 사진을 올려놓고 함께 미사를 봉헌하면 훨씬 빨리 낳게 해 주실 것 같아서요. 방해가 된다면 지금 치우겠습니다.”

“방해가 되긴요, 천만에요. 부인께서 믿는 대로 주님께서 이루어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여기 있는 다른 교우들께서도 마리아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나는 미사를 드리는 동안 내내 병을 앓고 있는 아이를 위해 제대 한 구석에 보일 듯 말 듯 아이의 사진 한 장을 올려놓은 엄마의 마음에 감동하여 여느 때보다도 더 거룩하고 장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었다.

미사를 마치고 잠깐 동안 그 부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그녀의 촉촉이 젖어있는 눈망울과 감격에 겨워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그녀가 믿는 대로 주님께서 이루어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믿는다’는 것은 ‘믿는 대로 될 것이다’는 신앙적 확신과 함께 믿는 바를 이루기 위한 인간적 차원의 모든 가능한 노력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여기서 ‘믿는 대로 될 것’이라는 그리스도교적 신앙의 확신은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될 것’이라는 기복적 신앙의 확신과는 다르다.

그리스도교에서 ‘믿음’이라는 행위의 기초에는 언제나 ‘아버지의 뜻’이 중심에 있고 종국에는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우리에게 선사하는 반면에 ‘원함’은 ‘나의 뜻’을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종종 우리를 더 큰 절망에 빠뜨리기도 한다.

우리들 중 누군가 ‘그토록 정성스레 기도를 바쳤건만 하느님께서는 내가 원하는 것은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고 해서 한 번 쯤 신앙의 회의에 빠져 본 적이 있다면 그는 자신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살고자하는 ‘나의 뜻’보다 세상의 구원을 위해 당신을 제헌하고자 하시는 ‘아버지의 뜻’을 위해 빌었던 생의 마지막 순간의 주님의 기도를 명심해야만 한다.

자유의지를 가지고 태어난 인간인 이상 우리들 각자는 어느 부분 ‘나의 뜻’을 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수도 있겠지만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품부해 주신 ‘자유의지’의 참 뜻이 ‘선(善)을 선택하고 행할 수 있는 의지의 자유’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결국 최고의 선을 선택하고 행하는 것이 모든 정신적, 육체적 활동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 진다.

그래서 최고의 선을 지향하는 우리들의 기도 역시 주님의 그것처럼 나의 청원을 아뢰는 가운데서도 언제나 절대선으로서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내용이어야 하겠다.

인생사 희노애락의 모든 순간들에도 동요하지 않고 언제나 그 모든 순간들을 통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또 필히 그렇게 되고야 말리라는 확신을 가지는 것은 성숙한 한 인간이자 그리스도교 신앙인으로 서 있는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그러니 ‘믿는 대로 될 것이다’는 신앙의 확신을 가지기에 앞서 내가 진정 믿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보도록 하자. 세상은 우리가 믿는 대로 될 것이다. 우리가 믿는 대로 되어가는 과정 안에 있는 세상을 이제 좀 더 여유로운 눈으로 바라보도록 하자. 이러한 ‘믿음’과 그로부터 기인하는 유유자적함이 죽어가는 세상과 나의 영혼을 살리는 유일한 처방될 것이다.

“네가 믿는 대로 될 것이다.”(마태8,13)

“아버지, 나의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다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나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마르14,36)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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