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해 연중 28주간 월요일 - 알면 피곤해 지는 것들
얼마 전 초임본당 사제 연수가 있었습니다. 저는 당연한 듯이 교구청으로 향했습니다. 연수가 끝나고 교구 신협에도 들러 일을 처리하고 오려고 생각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교구청에서는 그날 그런 교육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20분가량 떨어진 다른 교육관에서 하는 것을 공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교구청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아니, 교구청 신협에 들러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그 곳이기를 바랐고 그래서 더 이상은 알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는 예전에 한 사람에게 메일이 왔는데도 한 달 동안 열어보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 메일은 당연히 그 사람을 매우 아프게 할 것이고 내용도 짐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현실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에 열어보지 않았던 아니 못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삶 속에서는 알고 싶지 않기에 알려고 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아직도 주일미사 빠지고 주님의 기도를 서른 세 번 하는 대송을 바쳤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런 것이 없어진지 꽤 됐는데도 말입니다. 이것은 예전에 성당도 별로 없고 교통수단도 좋지 않을 때 잠깐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이 이미 없어진지 오래 되었다고 하면 또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쉽게 받아들입니다. 아마 주위에서 그것을 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송이 없어졌을 수도 있다는 직감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제가 요즘 강조하는 것은 십일조와 주일에 쉬어야 하는 안식일 법 등입니다. 안식일 법은 십계명에도 나오고, 십일조는 아브라함이 바쳐 멜키세덱이 빵과 포도주의 형태로 하느님께 봉헌하여 축복을 청한 것에 기인합니다. 즉 안식일법과 십일조는 우리 교회 미사전례를 위해서도 핵심을 이루는 요소들입니다. 이런 내용들이 성경에 수도 없이 나오지만 천주교 신자들은 좀처럼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알면 골치 아파지기 때문입니다. 몰랐다고 하면 그만큼 잘못이 감소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더 이상 파헤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개신교 신자들 또한 자신들이 아는 범위 내에서만 가톨릭교회를 비판합니다. 마리아를 섬기는 종교라고 하고 사제가 어떻게 빵과 포도주를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를 시킬 수 있으며 사람이면서 어떻게 사람의 죄를 용서해 줄 수 있느냐고 따집니다.
그러나 성경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고 가톨릭 교리에 대해서 조금만 알려고 해도 그런 주장하는 것들이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계속 자신들의 주장만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알면 골치 아파지기 때문입니다. 알면 종교 자체가 와해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알기를 원하지도 않고 그래서 알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지도자들도 예수님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알면 피곤해 지기 때문입니다. 헤로데도 동생의 아내를 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알려주는 요한 세례자를 죽입니다. 그것이 더 속편하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것을 알려준다고 다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확실한 표징만을 요구합니다. 예수님은 요나의 표징밖에는 더 이상 남은 것이 없다고 하십니다. 요나의 표징이란 요나가 물고기 뱃속에서 3일 밤낮을 있다고 나왔던 것처럼, 그리스도도 죽으셔서 삼일을 땅 속에 있다가 다시 부활하여 나오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믿을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표징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
따라서 알 수 있는데도 알려고 하지 않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죄입니다. 예수님은 남방 여인이 솔로몬을 찾아와 지혜를 배웠는데 솔로몬보다 더 큰 당신이 있는데도 알려고 하지 않고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질책하십니다. 결국 알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들의 삶을 회개하여 바꿀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요나의 말을 듣고 회개했던 니느베 사람들에게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몰랐다는 말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내가 더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내 삶이 더 변화되기를 원치 않아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왜 오늘 당장이라도 성경을 펴서 한 자 더 배우거나, 주님의 가르침을 전해주는 사람들에게 달려가지 못하는 것일까요? 변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그리스도는 우리가 더 행복해지라고 변화를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제가 추계사제연수에 들어가기 때문에 묵상이 없겠으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